2020년 6월 3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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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인간의 보루’로 근로정신대 문제 강의하는 김춘식 동신대 교수
“국가와 역사 정치, 상호 분리될 수 없는 윤리적 문제”

  • 입력날짜 : 2020. 05.21. 19:07
김춘식 동신대 교수
조선여자근로정신대는 일제강점기 말에 일본이 태평양전쟁 수행을 위해 조선의 소녀들을 동원해 강제와 폭력 등의 반인권적 노동력 수탈을 강행한 착취 조직이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문제 등 한국현대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문제는 우리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근로정신대 유족과의 교류를 통해 일본인으로서 양심적인 행동과 고백을 한 야마카와 슈헤이(山川修平)는 자전적 에세이에 일본의 만행을 기록하고, 반성적 성찰을 해 나갔다.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알려져야 할 이 이야기로 대학 강단에 서는 이가 있다. 바로 이 김춘식 동신대 교수다. 근로정신대에 관해 활동해본 적도 전무한 그가 이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인간의 보루’는 어떤 내용인가.

-이 책은 일본의 평범한 시민인 야마카와 슈헤이씨가 전 미쯔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구(道德) 공장에서 군용기 생산에 동원됐던 소위 ‘조선반도 여자정신대 근로봉사대’의 소녀들이 겪었던 반인권적이며, 비인도적인 상황을 자전적인 에세이형식으로 고발한 것이다. 특히 저자는 여성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여동생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인 김중곤(2018년 사망)씨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일제강점기부터 현대 한국사에까지의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아가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조국인 일본과 일본기업, 그리고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행한 강제와 폭력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더불어 회복적 연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양심적 시민이다.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한 이유는.

-첫째로 저자가 서적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시민적 연대가 민족과 국가를 넘어 전 인류에 보편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에서 인문사회 분야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있다.

둘째로 청년대학생들에게 과거 일제강점기와 분단을 포함한 한국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에 대한 깊은 사유와 실천적 연대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특히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한 일본정부의 진정성이 있는 사과와 배상문제가 현재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셋째로 타자(가해국)인 일본인의 시선을 통해서 본 과거 일제강점기에 군국주의 일본 정부와 이를 추종하는 일본인들의 만행에 대한 비판적 견해, 그리고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심 있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청년대학생들과 세계시민정신을 공유하고 싶었다.

넷째로 양심적인 타자의 시선을 통해 청년대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역사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의 역사문제로 환원하고 싶었다.
2007년 나고야고등재판소 항소심 패소판결(양금덕 할머니의 울분)

다섯째로 1944년 당신 여성근로정신대에 동원된 피해자 138명 중, 동신대가 소재한 나주시 출신이 24명이나 되며, 또한 피해자 중 잘 알려진 양금덕 할머님은 나주의 소학교 6학년 재학 중 동원됐다. 여성근로정신대 문제는 우리 대학이 소속된 도시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의미하며, 피해자분들의 인권회복을 위한 실천적 연대는 공동체적 책무라는 점을 동신대 청년대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를 비롯한 나고야 지원회 분들의 활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 책의 작가인 야마카와 슈헤이씨와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를 비롯한 나고야 지원회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 일본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왕래하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체제비와 항공료, 소송비 등을 전액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지원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나고야 지원회 회원들이 피해자들의 인권과 피해자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함께 하고, 나아가 법적인 투쟁에 양심에 따른 선한 연대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국민들에게 행한 폭력과 침략에 관한 내용이 학교교육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다수의 일본인들은 과거 일제강점기 한국인 여성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직접적인 연결고리와 연대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교육적 현실에서 나고야 지원회 회원들의 연대는 국경을 초월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는 일본인으로서 자기가 소속된 국가와 공동체 및 기업들이 과거 이웃 나라와 국민들에게 행한 폭력에 대한 양심적인 성찰이다. 나아가 일본과 일본 시민사회에 인권과 정의에 대한 회복적 연대를 촉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일본인 자신들이 불행했던 자기역사에 대한 보속(補贖)의 기회가 될 것이다.

▲여동생을 도난카이 지진으로 잃은 유족 김중곤의 자택을 찾아 제주도까지 저자가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다카하시 대표와 김중곤의 관계는 어떻게 보였나?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일하던 다카하시 마코토씨는 1976년 재일 조선인의 강제연행에 관한 조사연구를 하던 박경식씨의 강연을 통해 조선인들의 강제동원에 관한 충격적인 강연을 들었다. 특히 다카하시 마코토씨는 일본의 이러한 과거의 역사가 역사교육에서 가르쳐지지 않은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진실을 규명하려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희생자의 유족인 김중곤씨를 만나게 됐다. 다카하시 대표의 입장에서 여동생을 도난카이 지진으로 잃은 피해자의 유족인 김중곤씨와 부인 복례는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적 연대의 동반자이자, 인권회복을 위한 법적 투쟁을 위한 증인이자, 자신이 속한 일본 시민사회의 양심회복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일관계의 선린후호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동지다. 특히 은폐되고 왜곡된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는 것에는 “가해자에 대한 미움보다 피해자에 대한 사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다카하시 대표의 생각에 이러한 양심적인 연대가 잘 드러난다.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한일합동으로 항의 장면.

▲일본의 양심적 시민단체(나고야 지원회)의 창립과정과 역사, 활약상, 그리고 재판과정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감상에 대해 들려 달라.

-나고야 지원회는 창립부터 양심적 시민운동을 기치로 자발적인 참여와 모금운동을 통해 일본의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법조계 등에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정당한 배상을 위한 법적투쟁을 벌여왔다. “(일본인으로서) 왜 한국인과 관련한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라는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당연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답한 나고야 지원회 회원분들의 강력한 시민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초로 1988년 12월에 건립된 도난카이 지진에 희생된 6명의 소년들을 추도하는 추도비에 쓰인 문장 “슬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여기에 진실을 새긴다”는 비문을 통해 나고야 지원회 회원들의 용기 있는 역사의식을 볼 수 있다. 나아가 회원들은 결코 절망하지 않고,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법적투쟁에 대한 강한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서적이 대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향후 이 서적을 청년대학생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들려 달라.

-향후 나는 우리 동신대의 다양한 교양교과목에 참고서적으로 학생들에게 이 서적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사, 현대사회와 윤리, 철학, 정치와 경제 등의 교과목에 이 서적은 청년대학생들에게 ‘실천적 시민으로서 가치와 행동’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서적은 단순한 저작물이 아니고, 76년 전에 제국주의 일본이 기망으로 인해 사실상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여성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배경한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서적은 대학생들에게 양심과 기억, 인권과 회복, 연대와 평화를 키워드로 세계시민정신의 회복을 성찰할 수 있는 훌륭한 윤리서적이기도 하다. 특별히 이 서적을 통해 학생들과 한 국가의 역사와 정치는 상호 분리될 수 없는 윤리적 문제라는 점을 공유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는 학생들과 우리의 과거사 또한 용기 있게 대면할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 현대사에도 인권유린의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인이 행한 폭력을 포함해 우리 내부에서 국가나 특정 조직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수많은 반인권적 사건들을 다시 소환해 내고, 그에 대한 정당한 인권회복 및 법적·제도적 배상을 촉구해야 한다. 역사를 대면하는 자세에는 우리와 남이 따로 있지 않으며, 역사는 오직 기억하고 계승하는 자의 것이다.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라 서적 ‘인간의 보루’는 더욱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권문제는 법과 제도를 초월한 윤리이자 역사다.


*김춘식 교수는…
▶독일 함부르크대 역사학과 교육학·정치학 석사
▶독일과 중국의 관계사로 철학박사학위(서양근현대사) 취득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2007년 3월-2017년 2월)
▶동신대 에너지융합대학 교수·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장(2017년 3월-)

/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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