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8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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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에 다녀왔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 입력날짜 : 2020. 10.19. 18:59
지방도 863호선 기점이다. 안도, 금오도, 순천 해룡을 경유해 광양 다압까지 간다. 선을 그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해면은 다 연결되지 않았다. 뱃길이 대신한다. 여수 중앙동 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두 차례 열린다. 거북선대교와 케이블카 하늘이 여명으로 물들던 아침 6시20분, 금오고속페리호를 탔다. 물거품을 뒤로하며 나아간다. 바다빛깔이 환해진다. 낚시 배도 일찍 나왔다.

금오도 여천항, 안도와 서고지를 거쳐 종착지 역포(力浦)까지 2시간이다. 소리도 바다는 어느새 햇살을 먹어 눈이 부신다. 딸, 아들, 손님맞이와 뭍으로 나가는 사람들로 작은 역(驛)이 꽉 찼다. 아침밥상은 숙이 엄마의 거북손무침, 꾸적, 삼치구이와 미역국이 한 상이다. 잠 때문에 늦은 종이의 여정까지 버물어졌다. 광주 현이의 큰댁 형님도 만났다. 온 집안이 깔끔하다. 현이가 야구선수를 접고 잠시 중학교를 다녔던 첫사랑이 스민 곳이다.

소리도 남쪽 탐방을 나선다. 트럭을 얻어 타고 산허리를 넘어간다. 필봉 아래 명품 덕포마을이다. 먼저 등대를 찾았다. 1910년 국내 21번째였지만 6각형 구조로는 처음인 곳이다. 한가로운 동백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나 홀로 등대는 말이 없다. 그래도 밤이면 주변 40㎞를 환하게 비추어준다. 낮 바다는 은빛이다. 그 풍광과 소리에 멍을 때리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소룡단으로 이어진다. 포리똥나무에 꽃이 피었다. 봄으로 착각할 만큼 따뜻하다는 소리다. 산국이 피고 직박구리 한 무리가 비상과 하강을 거듭하며 반긴다. 곶부리 낚시꾼을 향해 파도까지 장단을 맞춘다. 솔팽이굴, 대바위와 게터굴 등 해식애를 뒤로하고 남부마을로 가는 3㎞ 비렁길에 올랐다. 오랫동안 다니지 않았는지 거미줄이 막아서고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만 곳곳이다. 아래 바다 위로 정치망이 선명하다. 오르고 내리니 남부자갈밭이다.

소리도는 여수남쪽 30여㎞ 앞바다 끝에 위치한다. 남북 4㎞ 솔개 모양에 36㎞ 해안선을 보유한 6.9㎢ 면적이다. 그래서 남면이고 솔개 연(鳶)자를 쓴 연도리다. 조선 개국 후 여수현이 순천부에 귀속되면서부터 그렇게 불렀다. 그래도 주민들은 소리도라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신석기시대 토기가 발견될 정도로 물산이 풍부해 2천여명이 부대끼던 곳이나 지금은 500여명이 반농반어를 하며 산다. 한때 김, 미역, 가사리, 우무, 세모, 톳 생산으로 유명했다. 방풍나물은 여전히 지천이다.

1995년 시프린스호가 까치섬에 부닥치며 만든 기름밭을 되살렸던 소리도의 오랜 꿈도 들었다. 돌산까지 찻길을 연결하는 일이다. 그 시작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생전에 전체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소망이다. 6개소 중, 아직 절반이 남았다. 2.7㎞에 2천900억여원이 들어간다. 다른 꿈도 보았다. 매월 아름다운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여수시청 남면항우회’의 활동이다. 왕복 4시간의 불편이 해소되려면 공용여객선 운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도 전등 교체와 보수, 집안청소, 휴지 등 생필품 나누기가 계속됐다.

서울은 KTX로 2시간, 그 정도면 부산에서 후쿠오카도 쾌속선으로 갈 수 있는데 여수에서 여수가 2시간이라는 데에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나라 땅, 같은 국민인데 이래야 하느냐는 호소와도 같다. 간절한 마음이지만 국가의 지원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계획이 먼저 되어야한다. 그래야만 재원 대책을 마련하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생각은 말이 되고 계획이 되어 이루어졌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오후 4시 나올 때도 같은 배다. 돌산대교 오른쪽 하늘이 석양빛으로 물들었다. 새 터로 옮긴 낭만포차는 벌써 불을 밝혔다. 여수밤바다를 시작할 준비다. 내겐 겸손과 조심을 또 배우게 한 시간이었다. 소리도방파제를 튀어 오르려다, 왼쪽 종아리에서 나오는 ‘뚝’ 소리를 들으며 순간 절뚝베기가 되고 만 것이다. ‘자중자애’의 말씀을 거스른 결과였다. 생각과 불편 체험을 더 할 기회가 왔다. 내 마음의 갯닦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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