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8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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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단양 ‘선암골 생태유람길’
‘사군(四郡)강산 아름답고, 삼선(三仙)수석 빼어나다’

  • 입력날짜 : 2020. 12.15. 18:24
하선암.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층암을 이루고, 너럭바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다. 너럭바위에 앉아있는 둥근 바위는 그 형상이 미륵 같아 불암(佛岩)이라고도 부른다.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아름다운 바위들이 천하절경을 이룬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선암계곡은 단양팔경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3경을 품고 있다. 선암계곡은 용두산, 도락산, 덕절산, 두악산에 둘러싸인 심산유곡을 굽이굽이 흐른 후 단성면소재지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단성면소재지에서 시작되지만 우리는 소선암자연휴양림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자연휴양림 앞으로 계곡물이 깔끔한 자갈 위로 흘러가고, 휴양림 아래쪽에는 기암절벽이 나무들과 어울려 있다. 이곳은 비교적 넓고 얕은 냇물이 흘러 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여름철이면 많은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찾는다.

소선암 숙박단지를 지나자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활엽수가 대부분이라 가을철 단풍이 아름답다. 예쁘고 우아한 색상을 뽐냈던 활엽수 잎들은 낙엽으로 떨어져 땅위에 수북수북 쌓여있다. 화려한 옷을 벗어던진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견디면서 수행정진 한다. 욕망을 내려놓은 겨울나무에 무위(無爲)의 향기가 스며있어서일까? 고요한 겨울 산에서는 삶의 여백이 느껴진다. 텅 비어 있어서 오히려 충만한 겨울숲길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하선암에 도착했다.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가 층암을 이루고, 너럭바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얹혀있다. 너럭바위에 앉아있는 둥근 바위는 그 형상이 미륵 같아 불암(佛岩)이라고도 부른다. 하선암 앞으로 거울같이 맑은 물이 흘러가며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요하게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하선암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바로 신선이 된 것 같다.

조선 성종 때 임재광이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해 선암(仙岩)이라 이름 붙였다. 선암계곡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퇴계 이황도 ‘속세를 떠난 듯한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고 극찬했다. 퇴계선생은 단양군수로 재임하면서 단양팔경을 선정했는데, 선암계곡의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도 여기에 포함됐다.

선암계곡 옆으로 59번 국도가 지나지만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도로 건너편 숲길이나 도로 아래 오솔길을 걷게 되어있다. 조용한 오솔길을 한참 걷다보니 앞이 트이면서 농경지와 마을이 나타난다. 단성면 가산리 마을이다. 사방이 산봉우리에 둘러싸인 심산유곡에 작은 마을이 있어 별천지 같다.

생태유람길은 가산마을을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선암계곡은 계곡 자체도 아름답지만 봄철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계곡에서는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독특한 자태를 뽐낸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모자를 집어던져 바위가 됐다는 모자바위도 만나고, 신선이 죄를 지어 숨어살다가 사람 잡는 이무기를 죽이고 승천했다는 은선암도 만난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조금씩 갈고 닦아 지금과 같은 예쁜 바위들이 됐을 것이다.

올라갈수록 소나무가 많아져 활엽수와 공생하고, 기암절벽들이 많아지면서 계곡은 점점 아름다워진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은 층암을 이루고, 붉고 검은 빛을 띠기도 한다. 바위틈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소나무들은 독야청청 선비의 기개를 드러낸다.
중선암. 병풍 같은 기암절벽과 층암을 이룬 너럭바위, 옥염대라 불리는 길쭉한 바위, 바위 사이를 뚫고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흐르는 물줄기가 있어 중선대는 더욱 아름답게 한다.

계곡의 풍경미가 극대화되면서 중선암이 등장한다. 병풍 같은 기암절벽을 지나니 ‘명경대’가 층암을 이루며 넓게 펼쳐지고, ‘옥염대’는 계곡 가운데에서 길쭉하게 버티고 있다. 바위 사이를 뚫고 작은 폭포를 만들며 흐르는 물줄기가 있어 중선대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이 작은 폭포는 쌍룡이 승천했다 해 ‘쌍룡폭’이라고 부른다. 옥염대 암벽에 새겨진 글씨가 눈길을 끈다.
중선대에 있는 쌍룡폭, 쌍룡이 승천했다고 해 ‘쌍룡폭’이라 했다.

조선 숙종 43년 관찰사 윤헌주가 옥염대 암벽에 새긴 글씨.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水石)’

사군강산(四郡江山) 사군의 강산이 아름답고
삼선수석(三仙水石) 삼선의 수석이 빼어나다

조선 숙종 43년 관찰사 윤헌주가 쓴 것으로 사군(四郡)이라는 것은 당시의 단양, 영춘, 제천, 청풍을 일컫는다.

삼선(三仙)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지칭한다.

상선암이 가까워지자 도락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락산은 신선봉·채운봉·검봉·형봉 같은 바위봉우리들이 성벽처럼 둘러있는 예쁜 산이다. 도락산이라는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道)이 있어야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즐거움(樂)이 있어야한다”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상선암은 길쭉하게 다듬은 돌기둥들을 옆으로 뉘어 쌓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상선암을 아래쪽에서 보면 누워있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 같다. 바위표면은 세월이라는 조각가가 잘 문질러 부드럽고 깔끔하다.
상선암은 길쭉하게 다듬은 돌기둥들을 옆으로 뉘어 쌓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계류는 상류 쪽에서 아기자기한 바위 사이를 휘감아 돌면서 흘러와 상선암 앞에서 작은 폭포를 만들어내고는 명경담에서 거울처럼 맑고 푸른 연못이 된다.

상선암은 조선 명종조 우암 송시열의 제자 수암 권상하가 이름 지었다. 그는 이곳에 소박한 초가정자를 짓고 “신선과 놀던 학은 간 곳이 없고, 학같이 맑고 깨끗한 영혼이 와 닿는 그런 곳이 바로 상선암일세”라며 욕심 없는 인생을 즐겼다고 한다.

상선암을 뒤로 하고 특선암으로 향하는데도 절경은 계속된다. 수직으로 벽을 이룬 기암절벽과 어울린 소나무, 작고 아기자기한 바위와 어울린 푸른 담, 계곡을 감싸고 있는 바위봉우리들이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아름다운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전도사다.

선암계곡에는 신선이 노닐만한 바위가 많다. 선암이라는 이름을 얻은 바위만 해도 상선암·중선암·하선암 외에도 소선암과 특선암이 있다. 특선암 앞으로는 다리가 놓여 바위의 일부만 볼 수 있어 아쉽다.

특선암을 지나 벌천삼거리에 도착하니 하늘이 열리고 앞쪽으로 농경지와 문경시 동로면 명전2리 마을이 바라보인다.

이곳은 충북 단양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지점이다. 마을 뒤로 문경 황장산이 우뚝 서 있다. 심산유곡을 거슬러 올라온 선암골 생태유람길이 문경 땅을 바라보며 막을 내린다.


※여행쪽지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단양팔경 중 4경을 품고 있다. 42.4㎞에 달하는 선암골 생태유람길은 4개 구간으로 이뤄져있지만, 사람들은 가장 경치가 좋은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1구간(물소리길)을 주로 찾는다. 물소리길에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등 단양팔경 중 3경이 자리하고 있다.
▶코스(물소리길) : 단성생활체육공원→소선암자연휴양림→하선암→가산리→중선암→상선암→특선암→벌천삼거리(벌천교)
▶거리/소요시간 : 14.8㎞/4시간 30분
▶선암계곡에는 상선암과 중선암 근처에 식당들이 있다. 중선암 입구에 있는 도락산장(043-422-1411)에서는 닭백숙, 오리백숙, 쏘가리탕, 갈비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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