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복 광주 남구자원봉사센터 참사랑봉사단

인간은 일용할 양식인 ‘빵’이 있어야 산다. 하지만 ‘장미’도 있어야 한다. 장미는 인간의 품위, 즉 공동체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노인 다수는 장미는 물론이고 빵도 얻기 힘든 상황 속에 짐스러운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노인 상대 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에 달하고, 늙어서도 일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노인 고용률(2020년 기준)은 34.1%에 이른다. 모두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런 현실 속 노인 자살률은 10년 이상 부동의 1위이다. 한국 사회가 받아든 암울하기만 한 노인 관련 최신 지표들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의 오늘이자 머지않은 나의 미래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현실을 ‘개인 탓’으로 돌리며 노인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노인은 잉여 인간이나 젊은이들의 세금을 탕진하는 존재, 꼰대, 꽉 막힌 사람이라 여겨지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우리 사회가 노인을 보는 눈은 그들의 형편에 따라 다르다. 힘없고 돈 없어 잉여 인간 취급받는 ‘No人’(늙은이), 지혜에다 돈지갑을 갖춰 대우받는 ‘Know人’(어르신), 청바지를 입은 노인으로 상징되는 ‘꽃할배-액티브 시니어’ 등등. 이 가운데 어르신과 액티브 시니어는 소수이고 대개는 가족 또는 사회의 돌봄 대상이거나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쉬운) 직종에서 용돈 벌이 하는 늙은이다.

기본적인 빵조차 얻기 힘든, 암울하기만 한 현실을 개선할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늙음을 외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사회적인 역할이 있고 품위를 갖춘 인간으로 당당하게 늙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유해숙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원장 남매는 노인을 시민권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 ‘선배시민: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에서 새로운 노인상으로 ‘선배시민’을 제시하고, 선배시민들의 구체적인 실천 사례를 담았다.

선배시민이란 젊은 세대보다 풍부한 지혜와 경험을 가진 노인을 일컫는 ‘선배’와 시민사회 구성원이라는 의미의 ‘시민’의 합성어이다. 선배시민은 ‘시민권이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고, 이를 누리며, 공동체에 참여해 자신은 물론 후배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으로 규정된다. 저자들은 선배시민 관련 철학과 실천을 체계화 한 ‘선배시민론’을 통해 노후에도 보통 사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배시민을 노인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노인복지관들, 사회복지사들이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륜을 사회에 제 투자할 수 있도록 노인자원봉사자를 활성화해 노인의 적극적 사회 참여 기획 확대 및 지혜로운 노인상을 제시하는 사업인 ‘선배시민 자원봉사단’은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고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서 주최해 전국 283개소, 558개봉사단, 8천746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실제 경기도 의왕시 사랑채노인복지관은 올해 3-12월까지 선배시민 자원봉사단을 모집 운영하고 있다.

또 대전시 대덕구노인종합복지관은 15개 봉사단, 285명의 선배시민 자원봉사단에 선정돼 노인의 지식과 경험 등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사회참여 기회확대와 신노년문화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선배시민 자원봉사단을 모집, 운영하고 있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효령노인복지타운 선배시민대학 자격증반 강사양성과정 시니어스마트폰지도사 자격증반에서 4개월동안 열공으로 10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세대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듯이 노인과 복지관도 변화에 함께 맞춰가야 된다. 그 변화의 첫 시작은 노인이 선배시민으로 거듭나는 길에 광주시 5개 자치구 노인종합복지관이 함께하고, 그 시작으로 문화 조성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에 앞장서야 한다. 복지관에서 케어를 받으면 케어센터가 되지만 참여자들이 자선해서 봉사하면 커뮤니티니센터가 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치와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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