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영향으로 서민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 기초의회가 줄줄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의정비 현실화 필요성도 있지만 치솟는 물가로 지역 경제가 침체하고 있는 데다,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16일 광주·전남 지자체들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꾸려 오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치 의정비를 논의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광역지자체는 아직 의정비 심의에 착수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시·군·구 기초 지자체는 심의를 마치고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이다.

광주지역의 경우 5개 자치구 모두 구의원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남구는 최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어 구의원들의 월정수당을 10%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광산구의 경우 구의원들의 월정수당을 최소 동결 또는 최대 2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남구와 광산구의 내년 월정수당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정한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1.4%를 넘어서 이번 주 안에 500명 이상의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동구·북구·서구의회의 내년 월정수당 인상률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1.4%)과 동일하다.

전남지역은 22개 시·군 가운데 14개 지자체가 의정비를 인상하기로 했다. 나머지 8개 지자체도 타 지역 추진 상황을 보며 의정비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국 최하위 수준인 곡성군의원 월정수당은 9.5% 인상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곡성군의회 의정비는 연간 3천194만원으로 인상이 확정되면 3천371만원으로 늘어난다.

여수시의원의 월정수당은 내년에 13%를 인상하고 2024-2026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순천시는 시의원 월정수당을 내년에 8% 인상하고 2024-2026년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3천851만원에서 4천53만원으로 올린다.

목포시와 무안·진도·해남·담양·함평·장성·보성·영광군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 만큼 인상키로 했다.

완도군은 1% 인상을 결정했으며 신안군은 이달 말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지만,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증액·동결·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월정수당은 지자체 재정 자립도, 주민 수, 지방 공무원 보수 인상률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기 위해서는 주민 여론 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역 지자체 재정 형편을 고려하면 지역민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상으로 월정수당을 올리려는 지자체는 주민 여론조사도 거쳐야 하는데 쌀값 폭락에 고물가·금리 인상까지 겹쳐 지역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의정비를 인상하는 것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 시민은 “의정활동 내역에 따라 의정비 인상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데 잘 살지도 못하는 동네에서 다른 곳보다 적게 받으니 올려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변은진·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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