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사적23호로 지정된 옛 국군광주병원은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을 당한 시민들을 민간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강제로 옮겨 치료한 곳이다. 광주광역시가 총사업비 111억원을 투입해 화정근린공원 조성 공사에 들어간다.

국군광주병원은 2007년 전남 함평군으로 이전한 후 일부 시설을 정비해 개방되면서 현재 많은 시민이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실, 운동 기구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불법 쓰레기 투기, 무단 경작 등으로 이용객과 주민들이 여러 불편을 겪어왔다. 광주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했다. 병원 본관 등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건물은 보존하고 울창한 수림대를 비롯해 자연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되 몸살을 앓고 있던 경작지는 대부분 녹지와 쉼터로 탈바꿈시킨다.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맹꽁이는 공원 내 서식지를 마련해 이미 방사를 마쳤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착공 예정인 국립트라우마센터와도 동선을 연결해 공원 숲이 치유의 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트라우마센터는 5·18을 포함해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체계적인 심리 상담과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더불어 사업비 중 보상에 쓰이는 재원은 호남대 쌍촌캠퍼스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결과 납부된 공공기여금으로 충당, 광주시 재정 부담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공공기여금은 사업자가 토지를 개발할 때 규제를 완화해 주는 대신 개발 이익의 일정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 공익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화정근린공원은 국군광주병원이 떠나고 근린공원으로 편입되면서 2만1천㎡에서 10만7천606㎡ 규모로 면적이 대폭 확대됐다. 이번에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도시민들의 휴식과 치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코로나19로 주거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명소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공사가 1년 여 진행돼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차질이 없어야 한다. 공공기여금을 투자한 최초 공원이다. 무엇보다 5·18의 의미를 되새기는 가치있는 작업이다. 역사의 기억과 상처를 보듬는 명품공원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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