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19일 나주 중흥골드스파에서 열린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모습. /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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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지역민의 30년 숙원인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은 여전히 안갯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의정협의체 논의가 중단된 지 3년 가까이 흘렀지만 언제 재개될지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의대 인력 확충 등 핵심 의료 정책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수준인 데다, 의정협의체의 한 축인 의료계의 참여가 최대 관건인 만큼 향후 협의체 재가동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남에 의과대학 설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은 1990년이다. 당시 목포시와 목포대가 중심이 돼 ‘목포대 의대 유치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하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2년 3월14일 목포대는 전남 의과대학 유치 결의 및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식을 갖고 유치 활동에 나섰다. 2013년 2월2일에는 순천대도 의과대학 설립 추진위원회 및 실무추진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전남 의과대학 설립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표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정부와 여당이 의과대학이 없는 곳에 의과대학 설립을 검토·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집단 휴진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한발 물러섰고 같은 해 9월 의정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단,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점인 만큼 코로나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논의를 유예키로 했다.

의정협의체는 현재까지 3년 가까이 가동을 멈춘 상태다.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 논의 자체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논의 중단 상태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지역 내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졌다.

전남도와 목포시, 순천시, 목포대, 순천대는 2021년 6월2일 ‘전남 내 국립의대 설립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국무총리실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각 정당에 보냈다.

전남도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국립의대 설립이 포함될 수 있도록 대선 기간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후에도 김영록 지사는 정부와 국회, 정치권을 상대로 꾸준히 건의 활동을 펼쳤다. 경북, 충남 등 의료취약 광역도 간 정책 연대도 모색했다.

이처럼 전남도가 국립 의대 설립에 주력하는 것은 열악한 지역 내 의료 현실 때문이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의과대학이 없는 곳은 전남이 유일하다. 상급종합병원도 없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22개 시·군 중 17개 시·군에 달한다. 1인당 의료비는 241만9천원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위다.

중증 응급환자 유출률은 전국 광역단체 중 최고인 48.9%에 이른다. 전국 평균 23.3%보다 25.6%p나 높다. 중증 외상환자의 49.7%도 타 시·도로 전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간 80만명 도민이 타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1조5천억원의 비용이 타 지역에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기 위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남 국립 의과대학 설립 논의에 속도를 낼지 관심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대 인력 확충 등 핵심적인 의료 정책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오는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전남 국립 의대 설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며 새해 초부터 의대 유치를 위한 ‘드라이브’를 건다.

전남도는 토론회를 통해 의대 설립 당위성을 확산시키는 한편,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전남대병원 분원 설치나 동부·서부권 간 지역 내 경쟁·갈등 구도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보건복지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일상적인 수준으로 보인다”며 “의료계가 의정협의체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국장은 “전남 국립 의대는 졸업 이후 7년간 지역 내 의무 복무 방향으로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며 “13일 국회 토론회를 계기로 지역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의사단체와 정부, 중앙 정치권에 알리고 필요하면 간담회도 지속 마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국장은 “분원 설치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동·서부 배치 문제가 아니라 전남 의대 설립 자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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