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의 일련의 논쟁들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로 인한 정치권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오염수 해양 투기문제는 일본 정부가 국제 사회를 상대로 책임있게 소명하고, 행동해야 할 문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정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권 여당은 원전 오염수가 정제 처리되어 방류되므로 과학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데도 야당이 국민을 볼모로 잡고 ‘괴담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맞서 야당은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행위이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가 오히려 일본 정부를 앞장서 옹호하는 반민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전국의 어민들과 수산업 종사자들은 원전 오염수 투기 문제로 수산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어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지나 않을 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갈등은 때 아닌 이념논쟁이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들, 특히 홍범도 장군의 전력을 이념적으로 문제삼아 육사 교정에서 흉상을 철거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는 광주광역시에서 추진하는 정율성 공원 사업과도 연관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시에서 광주 출신의 상징적인 인물로 선정해 기념하고 있는 정율성 작곡가의 기념공원 사업이 정부에 의해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낙인찍히면서 지역사회 내·외부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율성 작곡가의 친북 행적을 지적하고 있고, 광주시는 정율성 기념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된 사업으로 한·중 관계를 고려해 보수정부에서 사업을 추진할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런 일련의 갈등과 논쟁들은 사실 내년 상반기의 국회의원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야 정치권이 모두 내년 총선 승리를 목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로 갈등과 논쟁을 불사하고 있다. 이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최근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분석에 신빙성을 더한다.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논쟁들은 결국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세력이 품고 있는 야망이다. 정치인과 정당의 본업이니 그것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이 유의해야 할 점은 주권자인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서로 갈등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제대로 된 정치가 아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엄습한 이래 여전히 어려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제적인 곡물 가격 급등,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고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금리도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저조한 경기국면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물가는 높은데 실질 소득은 낮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민들의 삶이 아직도 팍팍한 것이다. 거기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전례없는 흉기 범죄들은 시민들의 일상의 안정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데도 여야 정치권의 총력을 다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정운영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오직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적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엊그제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은 긴축재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선거승리를 원하면서도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정치권이 이렇게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려운 경제적 현실로부터 국민들의 눈길을 돌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여야 정치권은 국민들 앞에 좀 더 진솔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때 아닌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국민들 앞에 제대로 된 정치의 비전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국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멸렬한 정치권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는 감히 확신하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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