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전남경찰청사 전경. /사진=전남경찰청 제공

자본금과 토지 미확보 상태에서 아파트를 분양하겠다며 허위 서류로 조합원들을 모집, 88억원을 편취한 순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 등이 검거됐다.

23일 전남지방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에 따르면 사기,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로 순천시 서면의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조합장) A(54)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공동 주범 격인 업무대행사 대표 B(47)씨와 조합 추진위원회 감사 C(40)씨도 불구속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 2019년부터 순천 서면 강청마을 일대에 801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하며 모집한 조합원 267명으로부터 총 88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씨 등은 사업 추진을 위해 순천시에 지역주택조합 모집 신고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았다.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 승소함에 따라 조합원 모집에 나섰다.

실제 자본금과 사업 예정지의 땅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이들은 “90-95% 이상 토지를 확보했다”거나 “2년 이내 사업승인 실패 시 분담금 전액을 돌려주겠다”, “아파트 동과 호수를 미리 지정해 줄 수 있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모집한 조합원들로부터 88억원을 걷어 들인 A씨 등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40억원 가까이 되는 업무대행비를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

돈이 떨어진 뒤에는 은행에 신탁된 분담금 48억8천만원까지 손대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었으나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이에 B씨는 위약금 및 용역비 명목으로 조합원을 상대로 84억원 상당을 압류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조합원과 A씨 등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당의 ‘허위 토지확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관련 첩보를 입수한 전남경찰은 수사에 착수, 압수수색 등을 거쳐 주범 격인 A씨 등을 잇달아 검거, 이날 검찰에 모두 송치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범죄 수익금 몰수보전, 여죄, 공범 수사 등을 철저히 하겠다”며 “앞으로도 서민에게 고통을 주는 지역주택조합 사기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가 추진위원장으로 있던 지역주택조합은 아직 순천시로부터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라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매몰될 전망이다.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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