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가 지난해 구비를 들여 연이어 ‘소개팅 프로그램’을 추진한 데 대해 청년층에서 “팍팍한 현실 속 잠시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의견과 “예산 쓸 곳이 그렇게 없냐”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등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8일 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광주빛축제 기간 구시청 일대에서 20-30대 남녀를 대상으로 ‘NEW친소(23-24일)’와 ‘솔로파티(23일)’를 각각 개최했다.

두 행사는 미혼 인구 증가와 저출산 시대 속에서 성인 남녀가 맥주 펍 등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이성과 게임 등을 통해 호감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일종의 ‘소개팅’처럼 전개됐다.

‘NEW친소’와 ‘솔로파티’에는 각각 약 316만원, 100만원의 구비가 투입됐으며, 큰 틀에서 ▲랜덤 지정 커플 찾기 ▲네트워크 게임 ▲선물 이벤트 ▲최종 선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 참여자들 일부는 만족감을 표했지만, 또 다른 청년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미혼 인구 증가와 저출산의 원인을 단순히 만남의 기회 부족으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동구가 지난해 10월14-15일 구비 950만원을 들여 만 27-39세 동구민 20명이 참여한 ‘도심청춘캠프 너를 만나’라는 프로그램을 추진한 바 있어 구민의 혈세를 유사한 프로그램에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직장인 A(27·여)씨는 “지자체에서 굳이 예산을 들여 소개팅을 주선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만날 기회가 없어서가 아닌,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고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B(25)씨는 “홍보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는지도 처음 알았다”며 “순수한 목적의 소개팅처럼 진행되는 것이었다면 꼭 인근 술집을 빌려서 했어야 했나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지자체가 주선하는 소개팅이니 오히려 서로의 신원이 보증돼 더 안심하고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좋은 취지인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개인 사업자 C(32)씨는 “최근 소개팅 어플로 만나 범죄로 이어지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구청에서 주선하는 소개팅이라고 하면 오히려 서로 믿고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게다가 본인 돈 안 들이고 이성을 만날 기회가 있다니 다음에 열린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저출산과 혼인율 저하에 대한 관점을 단순히 연애나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봐서는 안된다”며 “청년들의 삶의 질 저하 등 본질적인 측면의 원인 분석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결혼 장려를 위해 지자체가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 과연 시대 변화에도 맞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일·생활의 균형이 수반되고 일자리 안정이 이뤄지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연애·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도 차츰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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