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주 서구 한 치과병원 앞에 놓여진 종이상자가 폭발했다. 사진은 폭발 후 병원 내부 모습과 부탄가스 등 폭발물(원내). /김애리 기자

‘진료 불만’에 앙심을 품고 광주 한 치과병원에 ‘폭발물 테러’를 한 70대 피의자가 범행 2시간 만에 긴급체포됐다.

부탄가스가 터지면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대낮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폭발로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고, 건물 안에 있다 대피한 의료진과 환자들은 상황이 마무리 된 뒤에도 좀처럼 충격이 가시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22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7분께 서구 치평동 한 건물 3층에 위치한 치과병원 앞에 놓여진 상자가 폭발했다.

폭발은 3차례 정도 연이어 발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파로 건물 3층 천장 일부가 부서졌고 폭발 현장 주변엔 불이 붙었다.

화재는 스프링클러와 소방 당국에 의해 발생 9분 만인 오후 1시16분께 진화됐다.

원인 모를 ‘굉음’과 불길에 놀란 환자와 의료진 등 90여명은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건물 4층 한의원에 입원 중인 석모(30대·여)씨는 “‘쿵’ 소리가 들리더니 건물이 흔들려 다른 환자들과 함께 밖으로 대피했다”며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본 3층의 벽은 멍이라도 든 것 마냥 군데군데 검게 칠해져 있었고, 천장은 스프링클러가 터지면서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 의료진은 “식사 중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두 차례 들렸을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세 번째 폭발음이 들렸을 땐 바닥에서 흔들림이 느껴졌다”며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소리까지 들려 환자들과 급히 빠져나왔다”고 여전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등은 내부 수색을 통해 폭발이 발생한 상자를 회수했다. 상자 안에는 부탄가스 4개와 인화물질이 채워진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인근 CCTV 확인 등을 통해 피의자 A(79)씨를 특정, 추적에 나서 오후 2시58분께 긴급체포했다.

A씨는 범행 후 택시를 타고 자택으로 도주하던 중 모종의 이유로 자수하기로 마음을 바꿔 광주 광산경찰서로 자진 출두했다.

이후 광산경찰은 A씨의 주거지로 이동, 범행 증거를 확보한 뒤 신병을 서부경찰에 인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담긴 상자를 미리 준비해 온 뒤 범행 장소에 두고 직접 불을 붙인 후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가 폭발물을 두고 온 치과에서 과거 진료를 본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부경찰서로 신병이 인계되기 전 A씨는 “범행을 인정하냐”거나 “진료 불만에서 비롯된 범행이냐”는 질의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할 방침이며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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