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2(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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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이 왜 이렇게 됐을까. 고흥은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중 면적은 상위, 인구는 평균, 지역내총생산(GRDP)은 중위 그룹에 속한다. 전남 22개 시군 중에서도 면적은 3위, 인구는 8위, 지역내총생산(2021년)은 12위다. 고흥의 사회·경제적 여건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인구 환경은 정반대였다. 고흥 인구는 1966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출생자수가 감소해서다. 1970년대엔 인구 유출이 감소세를 주도했고, 특히 청년층(20대) 탈출이 심했다. 이후 청년층 엑소더스는 계속됐다. 실제로 고흥군 인구이동(2006년-2016년) 분석 결과, 20대(59.9%)가 인구 유출을 주도했고, 이들은 광주(29.7%), 순천(24.7%) 서울 경기(21.1%) 등지로 떠났다(이정록, 2020, 인구이동과 인구구조: 고흥군 사례). 청년층 탈출은 출생률 감소와 고령화율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고흥은 전국 농어촌 지역들보다 유독 심했다. 그 결과 고령인구 전국 2위가 됐다.
1970년대 고흥 엑소더스 대열에 풍양 출신 스무 살 청년 공영민도 합류했다. 공무원이 된 그는 마산 태양극장 직원, 삼성상회 서기 등의 이력을 떨쳐 버리고 고흥을 과감히 떠났다. 고향 동창 소개로 서울 출신 여성과 결혼해 서울 사람이 됐다. 고향에 있던 동생들도 서울로 불러들였다. 청년층 고흥 탈출에 일조했다.
청년 공영민의 서울 생활은 순조로웠다. 서울역 기능직 공무원에서 7급 공채에 합격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제기획원(현 기재부)에 입성했다. 부이사관까지 승승장구했다. 정규 중학교도 아닌 고등공민학교 출신이 고졸 검정고시를 거치고 방통대를 나와 박사까지 됐다. 흙수저가 쓰는 ‘출세 신화’는 재경고흥향우회원들에게 자랑거리였다.
고위공무원 공영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2010년 제주도청 지식경제국장 발령이었다. 당시 제주도는 인구감소가 발등의 불이었다. 출산율이 1.4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신산업과 일자리를 발굴해야 하는 임무가 그 앞에 놓였다. 제주도 기획관리실장과 제주발전연구원장을 거치면서 인구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온 공영민에게 재경고흥향우회원들 성화가 빗발쳤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책 ‘지방 소멸’이 출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했고, 고흥이 한국판 지방소멸 1-2순위로 알려졌을 때다. 고향에 내려가 고흥의 영화를 재현해 보라는 재촉이었다. 군수가 되려고 정당에 가입해 공천도 받았다. 하지만 1차전은 완패였다. 4년 재수 생활은 고흥 현주소와 문제를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2022년 공영민은 고흥군수로 취임했다. 인구 문제를 핵심 군정 과제로 설정했다. 인구감소를 억제하려면 청년을 고흥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구담당 부서를 ‘실’로 격상시켜 서기관을 배치했다. 청년 정착과 창업 지원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출생아수 감소와 사망자수 증가로 인구 감소세는 지속되지만, 2022년 말부터 전입이 전출보다 늘었다.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공 군수의 리더십 결과는 또 있다. 취임 후 청년을 데려오기 위해 ‘고흥형 농축수산 스마트팜밸리’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11월 준공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거점으로 원예·축산·수산양식 분야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을 모으겠다는 발상이다. 실제로 스마트 원예단지 교육 수료생 중엔 고흥에 정착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공 군수의 이런 계획은 전국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2025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우수지역으로 선정돼 160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광주와 전남에선 매년 1만여 명 청년이 수도권으로 탈출한다. 일자리를 찾아서 새로운 꿈을 쫓아서 떠난다. 청년이 떠나면 출생률이 낮아 노인천국이 되고 활력을 잃어 소멸의 늪으로 빠진다. 스무 살에 고향을 탈출한 청년 공영민이 군수가 돼 청년 인구 정주와 정착에 방점을 찍는 이유다.
고흥에 청년을 데려오려는 공 군수 계획은 백번 옳다. ‘억대 농어부’를 꿈꾸는 청년을 스마트팜밸리로 견인하고 지원하면 능히 가능하다. 공 군수의 원대한 포부가 전국 인구감소지역에 희망의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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