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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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청소년의 목에 방울 달기
박연오 논설위원

  • 입력날짜 : 2013. 01.22. 00:00
요즈음 필자는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가 설파한 “21세기에는 도덕성을 지닌 민족만이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는 예언 문구가 떠오르곤 한다. 은근히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 또한 뒤따른다.

언제부턴가 광주시내의 길거리나 카페, 술집, 공공장소 할 것 없이 곳곳에서 비춰진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에 기막힌 적이 한두 번 아니다. 아침 등굣길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너무도 태연하게 입을 맞추고 스킨십을 하는 중학생 하며, 백주대낮에 교복을 입고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노라면 한국의 미래가 암담할 정도다.

오죽하면 요즈음 기성세대 사이에선 오래 살려면 “비겁해져야 된다”는 근심 섞인 푸념이 오간다고 한다. 이제 어른들의 충고나 조언, 지도의 말이 청소년들의 귀에는 거슬리는 시빗거리로 밖에 치부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의 비행에 간섭을 할라치면 “몰매 맞지 않으려면 못 본 척 지나쳐야 한다”고 거꾸로 조언 아닌 위안을 받을 정도가 돼버렸다.

얼마 전 오랜만에 초등학교의 한 선배를 만나 술을 하는데, 10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려다 간신히 모면했다는 경험담을 들었다. 선배 말인 즉, 며칠 전 광주시내 K고등학교 인근을 지나다가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중학생들에게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고 지적을 하자 “영감은 가던 길이나 가”라고 막말을 하며, 집단으로 덤벼들 태세여서 모른 체 했다고 한다. 당시 선배의 뇌리엔 “이젠 10대에게 훈계하려면 맞아죽을 각오가 필요하다”는 한 신문의 제목이 떠올라 부랴부랴 도망쳐 왔다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선배가 거들었다. 그는 귀가 중에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중생을 훈계하다 “아저씨가 담배 사줬어요, 아저씨 딸이나 못 피게 하세요”라며 대드는데 격분해, 그만 따귀를 때려 불구속 입건됐다고 탄식을 했다.

학교내 사정은 어떤가.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비행을 봐도 ‘못 보고, 못 듣고, 모른 척’ 해야 한다는 ‘3척’이 성행한다고 한다. 교사가 학생에게 매 맞는 시대가 되다보니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실례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집중하지 않는다고 학생의 머리를 툭툭 쳤다고 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교사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쉰 적이 있지 않았는가.

그 뿐인가. 친구를 성매매로 팔아넘기고, 교실에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는 교사의 배를 걷어차고, 교사에게 의자를 던지는 사건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일들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교육은 희망 없는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 될 지경이다.

이렇듯 언제부턴가 청소년의 도덕관념이 현격히 나락하고 말았다. 아마 필자는 청소년들의 표를 의식한 기성 정치인들이 청소년 인권을 지나치게 부추긴 것이 큰 단초였다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지껏 각종 지자체장 선거부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청소년의 도덕성 회복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는 단 한명도 없었지 않았는가. 비근한 예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보편적 복지 실행을 내걸면서도, 청소년들의 비행 예방에 대한 공약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그것이 최고의 예술이다”고 노래한 시인 노발리스의 잠언이 새삼 절실해 진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작금의 우리 청소년들은 이미 공감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은 감수성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밖에 모른다. 그렇다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나의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은 지식교육으로 되는 게 아니다. 청소년들이 공중도덕과 질서를 중요시 여기고, 윗 어른을 공경하는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학교와 가정, 정치인,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청소년의 그릇된 언행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른 척 하면 안 된다.

호주에선 마을버스 기사가 웃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학생을 보면 버스를 세워 자리를 양보하게 한다고 한다. 이 때 학생이 불응하면 버스에서 내리게 한 후 학교에 통보해 징계를 받게 하며, 다시는 그 버스를 못 타게 했단다. 우리는 이 일화를 수 백 번 되새겨야 한다. 우리도 이런 사회적인 교육 풍토가 정책적으로 추진돼 호주 마을버스 기사의 선행을 우리 시내버스 안에서도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와 사회 곳곳에서 모범적인 청소년의 모습을 더 많이 보도록 모두가 적극 나섰으면 한다. /yopar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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