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홈 >> 기획 >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포구마을 지나면 기암절벽… 해변길은 숲길로 이어지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여수 갯가길 1코스

  • 입력날짜 : 2015. 07.30. 19:17
여수 갯가길의 묘미는 바닷가를 걷다가 지루해지면 다시 숲길로 접어들고, 숲길이 식상하다 싶으면 다시 바닷길로 내려 서기를 반복하면서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색다른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수세계박람회장 옆을 지나 거북선대교를 건너 돌산도로 들어선다. 거북선대교를 건너다보면 오른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여수시내와 연결되는 돌산대교가 바라보인다. 회센터가 조성되어 있는 돌산대교 아래에 있는 우두리항에 도착한다. 여수 갯가길을 걷기 위해서다. 여수 갯가길은 여수의 부속섬 돌산도의 아기자기한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길이다.


우두리항에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도시답게 거북선 한 척이 떠 있다. 전라좌수영은 조선 성종 10년(1479) 전라도수군절도사영이 전라좌수영과 전라우수영으로 분리되면서 여수에 설치되었다.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인 1591년에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명된 이순신은 왜구의 내침을 미리 염려하여 본영을 비롯한 수군의 각 진에 대해 전쟁준비를 급속히 강화하는 한편, 특수전투함인 거북선을 건조했다. 뱃머리에 용두를 설치하여 용의 아가리를 통해 대포를 쏘았고, 거북의 등처럼 만든 귀배판에는 철첨을 꽂아 적병이 배 위로 오르는 것을 막았다. 또한 배를 철로 덮어 적선 속으로 뚫고 들어가도 적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다. 1592년의 거북선 수는 3척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용하여 일본군을 무찔렀던 그 비장했던 순간을 떠올리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20m가 넘는 해안 절벽위에 자리한 용월사. 무량광전과 원통전, 해수관음보살상이 바다를 향해 극락정토를 염원하며 서 있다.
돌산대교 뒤로 구봉산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수시내의 건물들이 요람 속의 아기처럼 포근해 보인다. 돌산공원 방향으로 계단을 올라서서 4차선을 도로를 건너자 ‘여수 갯가길 1코스‘ 이정표가 우리를 안내한다.

머리 위로는 해상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케이블카 옆으로는 거북선대교가 나란히 놓여있다. 바다 건너 거북선대교 앞 방파제 끝에는 2004년 설치된 높이 10m의 하멜등대라 부르는 빨간 색상의 등대가 의젓하게 서 있다. 이 등대는 여수항과 광양항을 드나드는 배들의 길라잡이를 해준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숲길과 밭길을 지나 소박한 해변마을로 접어든다. 마을 골목길을 지날 때는 마치 고향집 마을길을 걷는 듯하다. 뒤돌아보면 여수세계박람회장 근처에 우뚝 솟아 있는 MVL호텔과 방파제로 연결된 오동도가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손짓을 한다. 멀리서 바라볼 때 오동잎처럼 보이고 섬에도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도라 불렸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백나무 일색의 섬이다.

바다와 기암절벽이 이뤄낸 절경. 억겁의 세월동안 바다는 해안바위들을 조탁하면서 수만가지 형상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시누대가 터널을 이룬 숲은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야 할 정도로 무성하다. 시누대숲을 지나자 상록활엽수와 낙엽활엽수들이 시원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을 빠져나오니 조그마한 해안 마을 진목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작은 포구를 이루고 있는 진목포구에는 소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방파제 너머로 남해도가 바다에 떠 있다.

진목마을을 지나 바윗길을 걷는데 해안 바위에 앉아서 낚시하는 연인의 모습이 다정하고, 오동도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부부의 표정에서는 행복함이 배어나온다. 암반과 자갈길이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파도가 조용히 말을 걸어오고, 남해에 솟은 산들이 멀리서 미소를 짓는다.

바닷가를 걷다가 지루할 만하면 다시 숲길로 접어들고, 숲길이 식상하다 싶으면 다시 바닷가로 내려서기를 반복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숲길을 걸을 때도 바다는 해조음을 통하여 자기존재를 알려온다. 과거 해안초소로 쓰였던 구조물도 종종 눈에 띈다.

작은 밀듬벙 포구에는 고기잡이용 그물이 어부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몽돌해변이 있는 밀듬벙마을을 향하여 남해도가 바다 건너에서 손짓을 한다. 마을 앞 해변 양쪽에서는 기암절벽과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아름다움을 뽐낸다.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이 있었던 우두리항에 떠있는 거북선 한척.
우리는 숲길을 걷다가 전망이 좋은 절벽 위에 앉아 바다와 기암절벽이 조화를 이룬 절경을 바라보며 넋을 잃는다. 억겁의 세월동안 바다는 조각가가 되어 해안 바위를 조탁하여 수만 가지의 형상을 한 돌 조각품을 만들어내었다. 이런 돌 조각품은 바다를 향하여 포효하기도 하고, 수줍은 듯 바다 안쪽으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돌 조각품은 멀리 남해의 산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면서 더욱 빼어난 풍경이 된다.

절벽 위 산길을 걷다보면 새소리가 파도소리와 화음을 맞추고, 숲의 상쾌함은 바다의 비릿함과 뒤섞인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은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살아간다. 엉겅퀴와 원추리 같은 여름 꽃이 더위에 지친 나무들 앞에서 재롱을 피운다. 야생화의 재롱에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어 화답을 한다.

용월사로 가는 임도를 만난다. 활짝 핀 수국의 안내를 따라 용월사로 들어선다. 용월사는 돌산도 봉해산을 뒤로 하고, 남해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자리한 관음기도도량이다. 20m가 넘는 해안 절벽 위에 무량광전과 원통전, 해수관음보살상이 바다를 향해 극락정토를 염원하며 서 있다. 무량광전 옆에 핀 연꽃 한 송이가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켜주는 듯하다. 절 마당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보살상 앞에 서니 남해도와 바다가 평화롭다. 용월사에서 내려다보이는 해안의 기암절벽은 자연이 만든 부처다.

갯벌위의 작은 어선들. 밀물이 들면 어부들의 삶인 고기잡이의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용월사에서 월전포로 가는 숲길은 산허리를 완만하게 돌아서간다. 해변 너럭바위에 서니 돌산도의 부속섬인 내치도와 외치도, 혈도가 돛단배처럼 바다에 떠 있고, 돌산도 본섬을 이루고 있는 산들이 불쑥불쑥 솟아있다. 외치도 뒤로는 수평선을 이룬 망망대해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우리는 이곳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끊임없이 다가왔다가 조용히 빠져나가는 파도는 감미로운 음악이 되고, 그 속에 있는 나도 어느새 바다가 된다.

깊숙한 만을 이루고 있는 바다에는 양식을 위한 배들이 점점이 떠 있고, 바다는 잔잔하고 유연하다. 하동마을 안쪽으로 형성된 만은 썰물이 되니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 모습처럼 가운데가 갈라져 바닷물이 들락거린다. 물이 빠진 바다는 갯벌을 이루고, 우리는 갯벌과 함께 걷는다.

만의 가장 안쪽에 하동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갯벌이 펼쳐지고, 마을 옆 밭에서는 돌산도의 여느 마을이 그렇듯이 돌산갓이 재배되고 있다. 하동마을 앞에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한다. 마을 앞 평상에 앉아있으니 바닷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이 바람이야말로 하동마을 사람들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바람일 것이다.



※여행쪽지
▶여수 갯가길은 갯가의 정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로 현재 3개 코스가 개장되어 있다. 1코스 : 우두리항-무슬목(23㎞), 2코스 : 무술목-방죽포해수욕장(17㎞), 3코스 : 방죽포-임포(8㎞)
▶갯가길 1코스는 23㎞로 두 차례로 나누어 걷는 것이 좋다. 우두리항에서 출발하여 신추-진목-밀듬벙-범바위-용월사-월전포-하동삼거리까지 11.17㎞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순천IC → 여수 방향으로 자동차전용도로 → 여수세계박람회장 옆을 지나 거북선대교 → 우두리항(동산대교 아래)
▶돌산대교 아래 우두리항에는 횟집들이 많다.


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