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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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기쁨을 아는 당신에게…
해와인문기획 시네필로 ‘인사이드 아웃’과 마음

  • 입력날짜 : 2015. 08.05. 19:01
시네필로는 철학적 지점에서 영화를, 영화적 지점에서 철학을 말하고 묻는 해와문화예술공간의 인문기획으로 격주 수요일 퇴근길 운림동 숙실마을 해와 소극장에서 해와자유대학 지식강좌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과학은 뇌의 기능을 해부함으로써 마음의 신비를 합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고 본다. 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뇌과학에서 인간의 마음은 뉴런, 시냅스,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적 작용을 의미한다. 이제 감정은 심장이 아니라 뇌에서 느끼는 것이 되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마음에 관한 이런 현대적 이해를 공유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표면적인 줄거리는 라일리라는 열한 살 소녀가 부모와 도심으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부적응해 혼란을 겪고 가출을 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가족과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내용은 제목에서 암시하듯 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낱낱의 마음작용들을 바깥으로 꺼내 보이는 데 있다. 영화는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이라는 다섯 가지 의인화된 감정이 인간의 뇌 속에 있는 감정조절본부에서 행동과 기억, 성격을 형성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다섯 감정들은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기쁨’의 빛을 띤 핵심기억을 보존하려고 한다. 그런데 ‘슬픔’의 돌발행동으로 핵심기억이 슬프게 바뀔 위험에 처한다. ‘기쁨’은 ‘슬픔’의 손에서 핵심기억을 뺏으려다 그만 ‘슬픔’과 본부 바깥으로 튕겨나간다.

라일리의 부적응과 방황, 그리고 화해는 ‘기쁨’과 ‘슬픔’이 본부 바깥에서 다양한 모험을 겪고 복귀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새로운 학교뿐 아니라, 고향 친구, 부모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낀 라일리는,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고 고향 친구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으며 가출을 감행하려고 한다.

우리는 때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관계 자체를 단절해버리려고 한다. 분노, 냉소, 공포는 타자의 침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유지하는 세 가지 방식이다. 영화는 밝고 유쾌한 소녀였던 라일리가 우울하고 냉소적이며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를 그녀의 머릿속에 ‘기쁨’이 사라지고 ‘버럭’, ‘까칠’, ‘소심’이 남아 조종대를 담당한 탓으로 그려낸다.

‘기쁨’은 본부로 되돌아가기 위해 ‘슬픔’을 데리고 동분서주한다. 장기기억 미로, 상상의 공간, 꿈 제작소 등 영화가 보여주는 라일리의 내면은 인지와 망각, 환상 등 뇌의 다양한 작용들을 은유한다.

특히 본부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한 지름길인 추상화 공간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하고, ‘기쁨’과 ‘슬픔’, 그리고 빙봉이라는 상상존재가 그곳에 발을 들이다 사라질 뻔했던 에피소드는, 개념이 감정을 표현하는 손쉬운 도구지만 지나친 개념화는 감정의 고유한 질을 상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쁨’이 폐기된 기억들 사이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슬픔’과 함께 본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상상(빙봉, 이상형)의 목숨을 건 도움 덕택이었다는 사실 또한 눈여겨볼만하다.

‘기쁨’이 본부로 돌아왔지만 이미 라일리의 감정은 어떤 조종에도 움직이지 않는 무감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런 라일리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 바로 그간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슬픔’이다. 라일리의 문제는 슬픔을 외면한데서 시작된 것이었다. 슬픔은 공포?냉소?분노라는 왜곡된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기쁨으로 상쇄되는 것이 아니다. 라일리는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온 슬픔을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가족들은 그런 라일리를 보듬으며 갈등이 해소된다.

기쁨은 때로 슬픔으로부터 온다. 슬픔을 공감(Compassion)하면서 나와 타인은 하나가 되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이 탄생한다. 온통 기쁨의 노란빛이었던 라일리의 핵심기억은 이제 다른 감정들의 빛깔과 함께 다채로워진다. ‘인사이드 아웃’은 이미 슬픈 기쁨이라는 모순적 감정을 알고 있는 우리들이 언젠가 가지고 있었을 유아적 천진성의 기억을 건드린다. 그리고 아픈 성숙의 과정을 보살피지 못한 채 너무 쉽게 어른이 되어야 했던 우리들에게 ‘울어도 좋다’고 사려 깊게 다독인다. /최송아(전남대철학연구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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