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단순한 미술전을 뛰어 넘어 카가와현 내 각 섬들을 잇는 연결고리로 자리잡았다. 예술제의 핵심 가치를 미술이 아닌, 섬과 그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설정한 결과물이다. /일본 카가와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는 비단 나오시마에 국한되지 않았다. 테시마와 이누지마 등 인근 섬으로 확장됐다. 테시마에는 ‘테시마미술관’과 볼탕스키의 ‘심장소리 아카이브’가 설치됐다. 1909년 문을 연 뒤 10년간 운영되다 문을 닫은 구리 제련소가 있는 ‘폐허’ 이누지마는 2008년 예술과 건축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이렌쇼 미술관’이다.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의 지원을 받아 ‘폐허의 재생’을 주제로 예술과 자연 에너지가 일체화된 미술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오시마에서 촉발된 아트 프로젝트가 인근 섬들로 영역을 키워가면서 세토내해의 섬들은 현대미술을 총망라한, 특수한 공간으로 발돋움할 기본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구상의 정점에는 세토우치국제예술제(SETOUCHI TRIENNALE)가 있다.

◇섬을 미술관으로 3년마다 개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6’ 홍보 포스터./카가와현 제공

세토우치국제예술제의 출발점에도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이 있었다.

2006년 가을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은 키타가와 프람(1회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실행위원회 총괄디렉터)에게 연락했다. ‘활력이 사라진 세토내해 섬에서 현대예술을 계기로 지역 재건을 하고 싶다’는 게 요지였다. 당시 키타가와 프람은 니가타현의 에치고 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대지의 예술제’를 마친 직후였다.

우연치 않게 카가와현에서도 나오시마를 축으로 한 아트 페스티벌 개최를 모색했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과 카가와현이 비슷한 시기에 ‘예술제’라는 동일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3년에 한 번 세토우치의 섬을 무대로 펼쳐지는, 세계적으로도 전례없는 대규모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다.

베네세와 카가와현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0’은 2010년 7월19일 ‘바다의 날’에 개막해 10월31일까지 105일간 열렸다. 무대가 된 섬은 나오시마와 테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이누지마, 오오시마 등 7개다. 현청 소재지인 다카마츠도 포함됐다.

첫 예술제 관람객만 93만명이었으며 18개국 75명의 아티스트가 각 섬에 작품을 만들었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3’은 대상 섬이 12개로 더 확대됐다. 나오시마와 테시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이누지마, 샤미지마, 혼지마, 다카미지마, 아와시마, 이부키지마를 비롯 다카마츠항과 우노항 주변도 포함됐다.

◇현대미술은 수단…핵심은 결국 섬

Yodogawa Technique ‘Black Porgy in Uno’. /카가와현 제공(Photo=Osamu Nakamura)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일반적인 국제미술전이나 트리엔날레와는 다르다. 작품 중에는 영구적으로 설치되는 작품이 적지 않다.

특히 예술제의 목적이 현대미술 전시 뿐만 아니라 바다와 섬을 무대로 살고 있는 주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술을 수단으로 지역 재생, 즉 섬 자체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는 이야기다. 예술은 섬의 특색을 두드러지게 했고 섬과 사람, 섬사람과 섬을 찾아오는 손님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홍보포스터만 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홍보포스터 어디에도 미술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2013년 포스터의 경우 대상 섬 이름이 적힌 깃발이 전부다.

내년에 열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2016’의 포스터는 더욱 두드러진다. 무대가 될 섬 이름을 적은 깃발과 함께 섬으로 향하는 여객선만 보일 뿐이다. 후쿠다케 재단과 카가와현이 갖고 있는 세토우치예술제, 그리고 섬에 대한 접근방식이 오롯이 투영돼 있다.

◇직·간접 경제 파급효과만 132억엔

카가와현이 분석한 ‘세토우치국제예술제 2013’의 경제 파급효과는 봄 27억엔, 여름 59억엔, 가을 46억엔 등 총 132억엔(한화 1천260억여원)에 달한다.

직접 효과(예술제 방문객에 의한 카가와현 외로의 소비 발생 부분을 공제한 것)는 77억엔(봄 16억엔, 여름 34억엔, 가을 27억엔), 1차 파급효과(직접효과에 의한 카가와현 각 산업의 생산액 증가 금액)는 29억엔(봄 6억엔, 여름 13억엔, 가을 10억엔), 2차 파급효과(직접효과 및 1차 파급효과에 의해 발생한 고용자 소득 증가분을 통한 카가와현 각 산업 생산액 증가 금액)는 26억엔(봄 5억엔, 여름 12억엔, 가을 9억엔)이다.

132억엔은 ‘세토우치국제예술제 2010’과 비교할 때 21억엔이 증가한 수치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객관적 증거다.

카가와현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숙박 사업자의 75%가 예술제 개최가 숙박객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다카마츠 공항 주변 숙박객수는 전년 대비 10-30% 증가했으며 쇼도시마의 경우 전년 대비 최대 30%가 늘었다.

음식업도 마찬가지다. 음식사업자와 상점 운영자 80%가 예술제가 판매고 및 가게 방문객 증가에 공헌했다고 답했다.

또한 예술제 무대가 된 섬으로 가는 선박 이용자는 전년 대비 138.1%가 늘었다. 나오시마 121.9%, 데시마·니우시마 274.1%, 오기지마·메기시마 246%, 쇼도시마 109.2%, 이부기지마 424.4%, 혼지마·타카미시마·아와시마 780.1% 등이다.

◇자발적 참여 통한 주민 자부심 UP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역시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오기시마에서는 예술제를 계기로 섬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휴교중이었던 오기시마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지난해 4월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특히 지역의 연결 재인식 또는 새로운 것의 탄생, 섬 주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자신감 등 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카가와현 설문 조사 결과, 메기시마의 경우 많은 현내 중학생이 참가한 작품 전시 및 아티스트·참가자 등 현 외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섬의 좋은 점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섬 주민들의 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혼지마는 교류가 없었던 세대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 간의 연결고리가 강해졌다. 젊은 세대들은 섬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폭넓은 강한 연결고리가 섬 주민들 사이에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다카미시마, 아와시마, 이부키지마 등 예술제 무대가 된 다른 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가와현 다니구치 에이지 국제관광추진실장은 “세토우치 예술제는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선진적 지역 이벤트로 주목받고 있다”며 “현외 지역진흥 관계자 시찰이 많았고 실제 현 및 시의회 의원단 14건, 나라현 등 지방공공단체 11건, 대학 등 교육기관 5건, 공적 기금 단체 4건, 외국인 단체 5건 등 총 44건의 시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카가와현=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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