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도시마 역시 일반적인 섬의 문제인 인구 감소와 산업 쇠퇴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하지만 변화와 함께 전통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쇼도시마의 올리브 산업과 간장 산업은 최근 들어 뚜렷한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 왼쪽은 쇼도시마정이 출자해 만든 올리브 공원 전경으로 이곳에서 판매하는 올리브 관련 제품은 20-30% 비싼데도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쇼도시마에서 유일하게 전통 나무통(삼목)을 이용해 간장을 제조하고 있는 야마쿠로 간장 공장./일본 쇼도시마=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쇼도시마(小豆島)는 카가와현의 세토내해 국립공원에 있는 섬이다. 인구는 3만명 수준으로 카가와현 섬 중에서 가장 많다. 쇼도시마 역시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사회 문제다. 인구 감소는 지역 경제 쇠퇴로 이어지면서 기존 올리브 산업, 간장 산업, 관광 산업 등에 위기를 야기했다.

쇼도시마가 선택한 해법은 대규모 섬 개발이 아닌, 자생적 생존 전략이다. 주민들 스스로 변화를 모색,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변화 통해 올리브산업 괄목 성장

일본 내에서 쇼도시마 하면 가장 먼저 올리브를 떠올린다. 1900년대 초 올리브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일본 대표 주산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생선을 기름에 절인 뒤 운송, 판매하던 100여년 전 일본 정부는 올리브 재배 계획을 세우고 카가와현과 미에현, 카고시마현 등 3곳에서 올리브 재배 시험을 했다. 카가와현 쇼도시마에서만 성공해 1915년 처음으로 올리브유를 생산했다. 이후 쇼도시마의 올리브산업은 수요 증가와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올리브 수입 증가의 여파로 쇼도시마 올리브산업은 상당 기간 정체기에 빠져 들었다.

쇼도시마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단순한 올리브 생산과 올리브유 판매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가공 제품과 관광산업으로 활로를 찾기 시작한 것.

이를 위해 1990년 쇼도시마 내에 올리브공원을 조성했다. 쇼도시마정(町)이 100% 출자한 올리브공원은 단순 농산물에 불과했던 올리브를 신(新)성장 자원으로 발돋움하게 한 거점이 됐다. 체험 등 올리브 관광과 함께 올리브 사이다, 올리브 차, 올리브 소고기 등 6차 산업으로 변모했다. 올리브공원의 연간 매출액만 10억엔 이상에 달한다.

●쇼도시마 4대 산업 판매고 현황 ●쇼도시마 4대 산업 종업원수(단위 : 명)

이를 바탕으로 쇼도시마의 올리브산업은 최근 4년간 1.5배 이상 커졌다. 실제 쇼도시마의 올리브산업(2013년 말 기준)은 133t의 수확량으로 일본내 올리브 생산량 중 84.2%를 점유하고 있다. 카가와현으로 확대하면 비중은 96.8%(153t)에 이를 만큼 절대적이다.

2010년 29억5천만엔이었던 쇼도시마 올리브 판매고는 2014년 58억1천만엔으로 28억6천만엔(96.8%)이나 폭증했다.

올리브산업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고 쇼도시마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이주자도 늘고 있다.

올리브공원에서 일하고 있는 아치현 나고야 출신 스즈키 토모코(48·여)씨는 “직접 짠 올리브 오일을 먹고 싶어 2003년 쇼도시마로 이주했다”며 “섬에서의 삶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도시마정 산업지원실 반다이 마사미치 주임주사는 “변화를 택하지 않았다면 수입산 올리브의 공세에 쇼도시마의 올리브 산업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쇠퇴 일로 전통간장 산업도 부활

올리브와 함께 쇼도시마를 대표하는 산업은 전통 간장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쇼도시마에는 60개가 넘는 전통 간장 공장이 있었다. 에도시대부터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쇼도시마 간장은 일본 4대 간장 산지 중 하나다. 타 지역에 비해 색깔과 농도, 향이 좋아 고급 간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하지만 대형 공장에서 생산하는 값싼 간장의 공세에 쇼도시마의 간장 산업은 쇠퇴 일로에 빠졌다.

올리브 산업이 변화를 택했다면 전통 간장 산업은 반대로 ‘전통’을 더 강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대표적인 예가 ‘야마쿠로 간장’이다.

과거 쇼도시마 간장이 최고의 품질로 이름을 날린 것은 삼목으로 만든 나무통을 이용해 간장을 제조했기 때문이다. 나무통을 사용하면 스테인레스(4-8개월)에 비해 간장 제조 기간은 훨신 더 필요하지만 농도와 향이 탁월하다.

‘야마쿠로 간장’은 전통 방식의 나무통 제작을 고집했고 오히려 확대했다. 현재 쇼도시마 내에서 나무통을 직접 만들어 간장을 만드는 곳은 야마쿠로 간장이 유일하다.

야마쿠로 간장 야마모토 야스오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은 13년 전과 비교할 때 현재 매출은 7배나 늘었다. 간장을 팔기 위해 외부에서 판촉활동을 하지 않고 소비자가 사러 오게끔 전략을 바꾼 게 주효했다. 10개가 넘었던 간장 종류도 고급 품질 단 2개로 단순화했다. 생산량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매출은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만 1억엔에 달한다. 야마모토 야스오 대표는 올해 매출 2억엔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쇼도시마 내 간장 제조 공장은 22개로 1970년대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산업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쇼도시마 간장 산업 판매고는 91억6천만엔으로 2010년 75억9천만엔보다 15억7천만엔(20.6%) 증가했다.

쇼도시마의 4대 산업(올리브, 소면, 간장 가공품, 간장) 중 최근 5년 사이 올리브와 간장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빈집은행 통해 꾸준한 이주 성공

올리브·간장 산업이 활로를 찾으면서 쇼도시마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쇼도시마정은 이주 촉진을 위해 ‘빈집은행’(올해 예산 4천85만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빈집은행 정책을 통해 지난해에만 105세대 131명이 외부에서 쇼도시마로 이주했다. 2013년까지 209세대 342명이 이주했던 점을 감안할 때 빈집은행의 효과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쇼도시마정은 새로운 산업 만들기 조례에 의거, 이주자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역 살리기 협력단원에 의한 매력 넘치는 마을 만들기도 병행 추진 중이다.

빈집은행의 경우 마을 자치회 등과 연계해 빈집은행 등록을 확대하고 코디네이터 신규 채용, 체재비 지원, 이주 전후 수선·수리비 보조, 중장기 체재 설비 등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쇼도시마정 시오타 유키오 정장은 “쇼도시마의 미래를 위해서는 섬만이 갖고 있는 바다, 햇빛, 사람, 지역 등 전통적 요소에 창조력, 자연, 교육, 국제화 등 새로운 것을 추가해 지역의 힘으로 활성화를 불러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쇼도시마=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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