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돈 되는 문화’에만 기획자들이 몰리고 일반 시민을 단순 소비자로 만드는 시대에, 그것에 반하는 생각, 문화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시민이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한 지점의 기획을 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음악회였었다. 지난 10년간 나와 정찬경 대표가 기획했던 ‘광장음악회’라는 길거리 클래식 이야기다. 이 음악회의 기획을 하면서 담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예술이, 공공재가 되고 싶어 하는 음악회가, 사회적 생산물이 되려면 반드시 ‘담론’이 형성되어야 했다. 현장에 있는 우리들은 동시에 그것들을 해 낼 수 없었다. 장소가 어디였든 10년 동안 그 장소에서 하는 다른 공연들에 비해 관객이 많고 팬 층도 꾸준히 늘었었지만, 대중과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찾아가면서 음악가들의 호응도 얻어냈지만, 그 외로운 싸움은 마치 창고에서 혼자 징을 치는 것처럼 끝내 사회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로 내 몸에서 진액을 다 짜내 나를 소비시키고는, 해마다 소멸의 위기에 섰다.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거론조차 되지 않으면 결국 의미를 잃고 만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셈이다.

시민자유대학에 많은 기대를 갖는 것은 꾸준한 토론을 통한 담론 생산이 가능하기에, 사회적 이슈이건 예술이건, 광주를 넘고 대한민국을 넘고 세계 어디에 가서도 통용될 수 있는 테제로 ‘의미 있는 것들을 의미 있게 하는 것’에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모되는 삶에서 우리를 구제하다



한 개인으로서도 현대인은 소모된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역할에 충실하겠지만, 날마다 착착 굴러가는 거대한 기계의 어디에 박힌 지도 모를 나사못처럼, 사회의 부분을 담당하면서도 특별한 존재 가치를 부여받기가 어렵다. 나와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공동체는 이미 이익집단으로 전락했고, 사회는 이익집단의 각축장이 되었다. 이 문제를 타계할 해법이 있을까? 사회 구조 전체를 일거에 바꾸기는 당연히 어렵겠지만, 나 자신이 삶의 태도를 바꿔서 일부 해소할 방법은 있을 것이다. 시민자유대학의 이사장이기도 한 박구용 교수가 어느 글에서 이미 썼던 것처럼, “구성원의 차이를 토대로 공공성을 지향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어떨까? 자유로운 시민 말이다.



공부하는 기쁨 인문학과 예술 논하다



3월에 첫 학기를 개강하는 ‘시민자유대학’에, 수강신청을 3개나 해 놓고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그저 공부가 즐거워서 오는 사람들이다. 굳이 어려운 일을 시작하지 않고도 국립대 교수로 잘 살아갈 사람들이, 또는 사회에서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서로 배움을 교환하기 위해서 이 대학을 열었다. 멋진 일이다. 나이에도 지위에도 학력에도 구애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로 문제를 공유하고, 뿌리를 캐고 거기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해 내는 일을 도모할 것이다.

총선과 반테러 법에 대한 입법 논쟁이 뜨거운 요즘 같은 시점에서 보면, 그동안 문제들의 근본을 파헤치지 못하고 너무 가볍게 다뤘었지 않았나 싶다. 인문학과 예술을 논하는 시민자유대학에서는, 옳은 선택의 토대가 될 기준들을 세우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들을 연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린 절차에 훨씬 민감해질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기본 권리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자유대학, 이번 주말인 2월 27일과 28일 양일에는 사회학계의 저명한 학자인 김덕영 교수를 모시고 첫 캠프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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