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무….”

“물? 물을 달란 말이지?”

아이들이 말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모두 만국어 통역사가 된다. 아이가 말하는 단어에서 자음이 하나씩 사라지고 모음이 달라져도 상관이 없다. “무” 도 “므”도 아이가 말하는 상황에 따라 물이 된다. “우”라고만 말해도 우유가 되고 우산이 되니, 글자 하나 사라져도 문제가 없다. 아이를 향한 이해와 사랑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입으로 말하는 말 뿐만이 아니다.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그저 한 번 바라만 봐도, 손으로 한 번 가리키기만 해도 엄마들은 재빨리 아이 앞에 대령이니 만국어 통역사임에 틀림없다. 천재도 따로 없다. “우리 아이가 천재에요, 천재!”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아이의 입에서 조금이라도 낯선 단어가 튀어 나오면, 엄마들의 기분은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아이들이 자라고 자라 자신의 뜻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엄마들은 어느 새 가슴이 답답하다. 또박또박,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들의 말대꾸에 엄마들은 읍! 말문이 막힌다.

“언어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학습된다.”

우리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며 전달하게 해주는 언어의 습득이론 중 경험주의 이론이 있다. 영유아는 태어날 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와 같은 상태로 태어난다는 견해를 토대로 한 이론으로 백지 위에 그림을 하나씩 그려나가듯,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과 언어적 경험에 따라 아이들의 언어가 발달한다는 이론이다. “맞아 맞아! 이게 물이야. 어쩜 그렇게 잘 아니?” 아이의 발음에 대한 반응에 따라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발음에 대한 엄마의 따뜻한 미소와 칭찬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커다란 힘이 된다는 이론이다.

얼마 전, 언어지도 수업시간.

“넌 할 수 있어!”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어요.” “사랑해.”

“이것도 못해?” “하는 일이 왜 그 모양이지?”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렀지 뭐.”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과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적어보라는 설문지에 학생들이 적어 낸 말들을 보며 마음이 착잡해졌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들은 특별하거나 어려운 말이 아닌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말들인데 왜 이렇게 듣기가 어려운 걸까.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아파지는 말들, 가슴에 커다란 멍이 되는 말들을 들어야 하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 보기 힘든 세상, 어느새 사라져버린 밥상머리 대화 때문은 아닐까?

“으음~!”

어느 새 햇살이 따스한 봄날이다.

이 따스한 봄날에, 따스한 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밥상에 마주 앉아 따스한 눈빛도 보내며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그 또한 가장 듣고 싶은 말일 테니까.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 또한 그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이니까. “엄마!” “여보!” “응? 그래그래, 고마워!” 어느 사이, 서로의 눈빛 하나에 마음이 오가는 만국어 통역사가 될 테니.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