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은 빼어난 경치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거기다 여러 식물과 동물이 서식하는 것은 물론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문화예술의 시원이기도 하다. 송강 정철과 무등산의 인연은 매우 깊다. 성산별곡 등의 가사문학은 현재까지도 불후의 명작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며 정철 문학의 대다수가 무등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과연 국문학의 요람이라고 할 만 하다. 또 광주의 대표적 기독교 시인인 김현승 시인 역시 양림동에서 무등산 자락을 바라보며 문학의 꿈을 키워왔다. 6·25이후 조선대 교수로 일하던 시인 서정주는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기로 다짐하며 무등을 보며 라는 명시를 남긴 바 있다.

어디 문인들 뿐이겠는가. 화가들에게도 무등산은 작품의 창조적 원천이 되었다. 우리나라 마지막 남종화가라고 불리는 허백련, 서양화단의 개척자라고 불리는 오지호 화백 역시 무등산과 깊은 연관을 가진 예술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동양회화 전통의 마지막과, 근대화풍의 처음을 담당하고 있어 한국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이 무등산에 집을 짓고 최흥종 목사와 교류하며 산수화를 남긴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무등산의 별’이라 불리는 오지호 화백은 무등산 자락 지산동에서 말년을 보내며 무등산을 소재로 여러 작품을 그리셨다. 오지호 화가의 아들이면서 역시 뛰어난 화가인 오승우, 오승윤 화백도 무등산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무등산은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고민하던 선인들의 숨결이 서려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는 김덕령, 고경명 등이 의병을 일으켜 산세를 이용해 왜적과 맞서 싸웠다. 충장사, 취가정 등 김덕령 장군 문화유산들이 현재까지 남아있습니다. 이를 기리기 위해 현재는 무등산 역사길로 지정해 후세에 전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께도 시간을 내어 무등산 역사길을 한번 걸어보길 권유한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광주시민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인 만큼 예술가들의 작품 속 무등산의 의미도 80년을 기점으로 전환을 맞이한다. 황지우 시인의 시 ‘무등’이 대표적이다. 황지우의 무등은 시어 배열 자체를 무등산의 형상으로 하고 있다. ‘민둥산, 벌거숭이산’, ‘분노의 산’, ‘침묵의 산’, ‘죽음의 산’ 으로 무등산을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의 산’, ‘함성의 산’, ‘부활의 산’, ‘새벽의 산’, ‘희망의 산’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5·18의 아픔과 그 숭고한 정신을 함께 포괄하고 있다. 시 마지막에서 무등산을 ‘우리 모두 절정을 이루는 평등의 산’으로 정의한다. 없을 무, 등급 등, 등급이 없이 모두 절정을 이루는 무등산의 한자 뜻풀이 그 자체를 통해 5·18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무등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연물일 뿐이지만, 생명이 있고 인간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하늘, 땅, 사람, 나무, 바위가 하나 되는 평등의 산. 조물주가 커다랗고 넓은 섭리 속에서 존재케 한 무둥산, 광주 땅에 우뚝 솟아 광주시민들의 아픔과 애환을 모두 지켜본 무등산은 언제까지나 광주시민들에게 힘과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다.

우리가 무등의 역사와 지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광주 시민으로서 이 땅에서 사명을 이뤄가는 중요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와 공간속에서 우리가 사는 곳과 우리가가 사는 시간을 쉬이 여기지 않았을 때, 오늘을 살고 여기를 사는 광주시민의 자긍심은 드높아지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 살아가는 문화시민으로서의 자존감도 우뚝 서리라 믿는다. 무등산이 있기에 그 긍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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