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장마전선이 예사롭지 않다. 가볍게 지나갈까 싶었는데 마른 장마후 여기저기 폭비를 내려 생채기를 내고 있다. 하늘이 오랫동안 먹구름으로 덮여있는 탓인가 한반도는 정치·경제적으로도 맑지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영향으로 한국경제가 휘청하는 이 시간에도 정치시계는 국민의 시간과 달리 가고 있다.

요즘 유행어는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다. 영화 ‘곡성’에서 귀신들린 딸이 아빠에게 눈을 흘기면서 던진 대사다. ‘뭣이 중한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한지도 모름서···’ 과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 아느냐?는 반문이다.

시선을 국회로 옮겨보자. 국회 개원 직후 열린 대정부질의는 난장판이었다. 5일 대정부질의에서 국민의당 김동철의원이 황교안국무총리를 향해 ‘대통령이 영남 편중 인사를 했다’고 하자 여당석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총리의 부하직원이냐’ ‘저질 국회의원’ 등등 거론하며 싸웠다. 20대 국회도 초반부터 ‘비리국회’ ‘특권국회’ ‘막말국회’ ‘공전(空轉)국회’ 구태를 반복했다. 역대 국회가 보여줬던 온갖 볼썽사나운 모습을 한 달 만에 반복했다.

정말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뭣이 중한지’ 모르는 양반들이다. 4·13총선에서 호남은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과감하게 제2야당을 선택하며 강력한 정치개혁 주문을 했건만 한달도 안돼 특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국회의원 특권을 이용한 친인척 보좌관 채용 관행이 여·야 가릴 것 없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서영교의원이 문제가 되자 단 며칠만에 여·야 의원실에서 수십여명의 보좌관이 면직됐다. 사정이 이러니 업무는 제대로 했겠는가. 주요 의사일정에선 헛바퀴만 돌았다. 6일까지 상임위원회와 대정부질의를 통해 정부 각 부처 업무보고 및 현안 점검 등이 이뤄졌지만, ‘팩트’와 데이터가 부족한 야당은 대안 없는 비판과 온정주의·윽박지르기로 일관했다. 정부 관료들은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검토하겠다’란 말만 되풀이했다.

특히 4·13총선 내내 약속한 특권 내려놓기는 아예 잊어버린 듯 하다. 시행을 2개월여 앞둔 김영란법(부정청탁및금품 등 수수금지법)에서도 국회의원 특권이 존재하는데 개정할 생각이 없다. 김영란법은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초과해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이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국회의원은 국가공무원법상 특수경력직공무원, 그중에서도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3·5·10만원’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김영란법에는 부정청탁 금지 예외 조항이 있다. 김영란법 5조 2항은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제안·건의하는 행위’에 해당할 경우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 로비도 공익적인 목적이면 괜찮다는 의미다. 공익 부합 여부는 ‘이현령비현령’일 수 있기 때문에 의원에 대한 청탁이나 민원은 사실상 법망을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조항은 ‘특권’이다. 부정청탁 금지 예외 조항인 ‘5조 2항 3호’는 삭제되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김영란법보다 강한 반부패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정치인 부패에 대해 철퇴에 가까운 법 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청렴도가 높은 유럽 국가에선 부패에 대한 무관용원칙이 사회 통념화되어 있다. 미국은 공직자가 공직 수행 중에 정부 이외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대 15년 징역형, 벌금 25만 달러로 ‘징벌적’ 성격을 띤다. 독일은 ‘부패단속법’을 두고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에 대해선 이유를 불문하고 처벌한다. 대상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해 재단, 주식회사 등 민간단체까지 포함된다. 뉴질랜드는 불법 정치자금이나 부패 또는 사기 사건 등을 전담하는 ‘중대비리조사청’을 설치하고 위법 행위자에 대한 문서제출, 정보제공, 답변 요구권 등을 쥐고 있다. 또 중대비리조사청 직원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피의자나 민간 기관 조사에 대한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 덴마크는 ‘특권 내려놓기’의 표본이 되는 국가로 정평이 나 있다. 국회의원들도 국내와는 달리 청렴하고 탈권위적이라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의원들의 의전 차량은 아예 없으며, 의원들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때문에 국회의사당에는 별도의 주차장이 없다. 핀란드는 국민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소득과 재산, 납세 내역을 알 수 있다. 부정과 비리의 여지가 있는 정보에 대한 비공개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청렴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은 누구 할 것 없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해야 할 곳으로 국회와 국회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지난 4·13총선에서 호남과 호남향우들이 일으킨 야당 승리의 결과도 ‘독점정치 타파’와 ‘정치개혁 바램’이다. 이런 국민의 정치개혁 변화 요구가 얼마가 강한지 안다면, 20대 국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특권 먼저 과감히 내려놓으라.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를 안다면, 처절할 정도로 내려놓고, 리더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봉사하는 자세로 변환해야 한다.

정치리더들은 ‘무엇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대한민국을 이끈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기 바란다. 단세포적인 대책을 내놓고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권력 뒤에 숨어 국민의 눈물을 외면하는 정치는 정치라 할 수 없다. 악치다. 이 기회에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라. ‘정말 뭣이 중한디?’/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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