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에 대해 두가지 얘기를 듣는다. ‘공직자처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이 아닌데 포함된 것은 지나치다’‘언론인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봐선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

30여년 기자생활을 해 온 필자는 이 법이 ‘과잉입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란법의 취지인 부정부패척결에는 이의 없으나, 소위, 언론인을 부정부패척결 대상자로 헌법에 못 박은 점에 대해선 유감이다.

잘 알다시피 김영란법은 ‘부정청탁및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 이름을 따 부르는 말이다.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 방안’을 보고하며 처음 제안했다. 애초 대상은 판검사 등을 포함한 공무원으로 한정됐다. 권익위의 입법 예고 직후 법무부 등 부처간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고, 2013년 7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 제출 이후에도 ‘법의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듭 표류했다. 김영란법은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통과 이후 대한변협, 한국기자협회 등은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2016년 7월28일 김영란법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놨다.

자, 이제, 9월28일부터 공무원 124만명,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 36만명, 공립학교 교사 40만명, 사립학교 교사 18만명, 사학재단 임직원 2만명, 언론사 기자 및 직원 16만명 등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자가 된다.

법이란 무엇보다 평등하고 공정해야 한다. 법률은 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동시에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법조항과 명확한 기준이 수반돼야 한다. 헌재는 언론이 국가나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언론인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서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어서 법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 사회에서 파급력이 크고 파급효과가 광범위한 직업으로는 의사도 있고 변호사도 있고 시민단체도 있고 정치인도 있다. 굳이 언론의 역할을 말하자면, 언론은 이런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민간의 자율적 영역이다. 언론인들이 공익 역할을 한다고 해서 공직자처럼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도 아닌데 국민 세금을 월급으로 받는 공직자와 같은 법률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잉입법이다. 헌법재판소에서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이 언론인 포함을 두고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라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이유다.

언론인은 공직자가 아니다.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 것은 ‘공공 정의’에 위배된다. 헌재는 언론자유 침해보다 공익이 우선하다는 논리를 폈지만 민주국가에선 공익을 위해서라도 언론자유는 보장해야 마땅하다. 잘 알다시피 언론사는 개인회사거나 법인이어서 회사 기운이 저물면 언론인은 바로 밥그릇을 잃는다. 공무원처럼 신분이 보장되는 직업도 아니다.

지금 김영란법은 기자의 취재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고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언론자유의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의 적극적인 취재활동에 김영란법이 큰 제약이 된다면, 권력의 무능과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자들의 정의감과 투지까지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보도자료를 베끼듯 단순한 정보의 전달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을 독립적으로 선택하는 편집 판단(Editorial Judgement)이 정통 언론의 핵심 요소다. 외부의 간섭이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입법·사법·행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제4부(The Fourth Estate)로서의 역할을 언론은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은 비록 헌재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하더라도 명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반드시 ‘법리적 타당성과 명분’ 모두를 확보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필자는 법리적 타당성과 관련해, 최초의 안처럼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결정에서 2명의 재판관도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과잉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의견을 냈다. 헌법상 청렴 의무가 부과된 공직자와 민간인을 같은 잣대로 법 적용하는 건 무리다.

특히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서 제외시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국정감사권과 예산편성권을 갖는 국회의원과 포괄적인 의사결정권을 갖는 지자체의 선출직 공직자를 부패와 무관한 권력기관으로 정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통째로 빠진 점은 더 큰 문제다. 이 조항만 있었다면 국회의원의 보좌진 가족 채용 같은 갑질은 사라졌을 것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이 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국민주권을 제한할까 우려스럽다. 공직자들이 이 법을 국민의 정당한 고충민원처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할까 봐 우려스럽다. 공무원들이 수많은 정책건의 요구사항을 깔아뭉개고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김영란법을 합리화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언론이 이런 것들을 감시해야 하는데, 언론을 이 법이 욱죄고 있으니~.공정하지 못한 법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ssnam48@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