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화)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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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를 보면 지난 5월23일부터 이달 15일 무더위 질환인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으로 숨진 사람은 16명이 신고돼 2011년 통계 집계 시작 뒤로 가장 많았다. 무더위 질환자 수는 지난 15일 기준 1800명으로 지난해 전체 환자수인 1056명의 1.7배나 된다. 올 여름은 1994년 이후 22년 만에 폭염 연속 발생일이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 33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된 8월은 모든 일상이 비정상적이었다. 일부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거나 수업을 단축하고 있다. 이쯤 되면 폭염도 재난이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데 올 여름처럼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가? 정치권은 뭣 하는가. 정부도 야외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 밖에 대안이 없는가. 폭염에도 실외 작업을 해야만 하는 현장노동자들은 어쩌란 말인가. 2013년엔 폭염 때문에 14명이 사망하자 장하나 의원 등 17명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무더위 휴식’을 의무화하도록 규정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검토 중이다. 2013년 12월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으나 1년 동안 논의되지 않았다. 2014년 12월에 드디어 법안소위가 열렸는데 이때 노동부의 입장은 법을 개정하기보다는 규칙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규칙 개정도 검토 중이다.
계속 검토만 하는 사이에, 온열질환자는 3000명 넘게 나왔고 이중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환자는 약 30%에 이른다. 최소한으로 보이는 규칙 개정을 미루면서 폭염재난을 방치한 결과, 사망자가 늘어가고 있다. 제도화된 법령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정치인들 때문에 살인더위로 인한 국민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는 어떤가. 광주·전남에도 폭염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예년 수준의 대책뿐이다. 그러나 폭염도시로 알려진 대구에서는 19-20일 폭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누그러뜨릴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행사가 열린다. 이 국제폭염대응포럼에서는 국내외 기상 전문가와 관련 산업 관계자 200여명이 머리를 맞댄다. 폭염과 건강, 폭염과 쿨(cool)산업, 대구 폭염의 전망과 대응 등을 논의한다는데, 폭염도시 대구에서 이를 주제로 학술행사가 열리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사실 기후변화에 따른 이변 중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폭염이다. 열사병 등으로 사망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을 해치고 노동 생산성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해 우리는 초보 수준이다. 우리는 단순히 33도 이상 기온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를, 35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내린다. 이게 아니라 습도·기온·복사열·기류 등을 감안한 우리 실정에 맞는 ‘열지수(WBGT)’를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기상당국이 위험성이 높을 경우 국민 보호를 위한 강제적인 수단을 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995년 시카고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전보다 700명 더 발생했지만 비슷한 기온을 보인 99년에는 초과 사망자가 114명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따라서 발상을 바꿔 폭염도시인 대구가 관련 연구와 산업 육성의 최적지라는 점을 알리고 동남권폭염연구센터(가칭)를 설립, 폭염 위기를 자원화하려는 발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양열과 복사열의 흡수 장치 마련, 나무 등 식물자원과 물(수)자원의 이용, 건물 벽면 등 옥상의 녹화 및 방수재 변화로 방출 온도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도로 포장재료의 변화로 온도를 낮추는 기술도 있는데, 현재 상당한 기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세계의 도시들은 더위의 습격에 신음하고 있다. 1995년 시카고에서는 닷새간 더위에 700명이 사망했다. 고층 빌딩 사이에 공기가 갇혀 가열됐기 때문이다. 1952년 런던에선 스모그로 3주간 4000명, 총 1만2000명이 숨졌다. 2010년 러시아 5만6000명, 2003년 프랑스 등 7만 명이 44~45도의 폭염으로 희생됐다. 그래서 세계 모든 도시가 공기와 물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도시의 바람길을 뚫는 데 성공했다. 우선 계곡과 언덕의 건물을 헐고 호수공원을 조성했다. 숲 근처의 건물은 바람길과 나란히 지어 신선한 공기가 도심으로 통하게 했다. 도쿄는 세계 최대의 지하 빗물 저장고를 갖고 있다. 호주는 빗물을 지하수층에 주입해 수원으로 사용한다.
이제 광주·전남 도시도 모두 열에 갇혔다. 온 천지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이면서 스모그, 미세먼지, 에어컨, 열을 품은 건물들 때문에 컥컥 숨이 막힌다. 아스팔트를 밟으면 신발에 콜타르가 쩍쩍 달라붙을 정도다. 이제 ‘폭염재난대책’은 지자체장에게 예전의 가뭄·홍수대책보다 더 중요한 인명보호 덕목이 되었다.
미래 살기좋은도시는 폭염이 덜한 도시일 것이다. 광주·전남 지자체장들은 올해 폭염의 계절을 보내면서, 내년 폭염을 미리 걱정해야 한다. 대구처럼 폭염을 이용해 산업화 전략까지 나가진 못하더라도 폭염으로 죽는 시민이 나오지 않도록 물과 나무, 바람, 자연을 이용한 항구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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