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광주·전남을 싹쓸이 당선시킨후 더민주 소속인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여러차례 국민의당 광주·전남 당선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해서 지자체와 국민의당, 지자체와 국회의원 모임을 여러차례 도모했다. 그럴때마다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은 호남권 예산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노라 약속했다. 더군다나 순천 국회의원인 이정현 의원이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가 되면서 호남에 대한 예산폭탄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20대 국회 개원후 석달 성적표는 별로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그동안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교란시키며 호남 몫 예산과 일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나타났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요청한 내년도 국고지원사업예산은 광주 1조7천664억원 전남 5조4천억원이 반영됐다.

광주의 신규사업은 투자진흥지구 지원시설 구축(20억원), 노후 하수관로 교체·개량(15억원), 수소충전소 부품인증 기반구축 및 국제표준화사업(51억원) 등이다. 반면 경전선(광주-순천간)전철화 사업(48억원)과 월전동-무진로간 도로개설(24억원),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조성(403억원), 무등산정상 군부대 이전(50억원) 등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100만대 생산기지 조성과 무등산정상군부대 이전사업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정치력의 실패로 보여진다.

전남은 현안으로 남해안철도(목포-보성) 건설(1천561억원),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820억원), 압해-암태간 새천년대교 건설(988억원), 여수-고흥간 연륙·연도교 건설(550억원) 등이 반영됐다. 그러나 전남도의 최대 현안인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한 활주로 확장 20억원, 해양수산 융복합벨트 조성 36억원 등은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제 모든 문제해결은 국회의원에게 넘어갔다. 앞으로 넉달간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비를 추가 확보하는 것은 국회의원 역량이다. 중요사업 상당수의 예산이 누락되고 삭감된 이유가 광주·전남의 계획서 부실 탓인지, 기획재정부와의 교감 부족 탓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여·야당 대표와 국회의장단이 모두 호남사람이라는 ‘호남정치 르네상스’ 구호가 무색하게 지역민이 원하는 현안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지금 같이 좋은 분위기에 호남예산을 못 챙긴다면 호남정치시대 역시 헛구호다.

적어도 광주·전남 정치권이 공조를 통해 국회심의 과정에서 꼭 확보해야 할 예산은 꼭 확보해야 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결과 적정사업으로 통과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조성(403억원)사업이 부처에서 100억원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최종 예산안에는 누락된 것은 유감이다. 꼭 챙겨야 한다. 이전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무등산정상 군부대 이전(50억원) 사업비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남의 경우 누락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확장 20억원, 광양항 석유화학부두 접안시설 19억원, 수송기기용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부품 개발사업 22억원, 친환경 바이오 화학 복합소재부품 개발사업 98억원을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꼭 해결해야 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사활을 걸고 대표적인 핵심사업으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기반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친환경 자동차 클러스터 조성까지 광주의 미래를 담보할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박근혜대통령의 공약사업이며 광주시가 최대의 역량을 모아가고 있는 사업 예산이 전액 반영되지 않은 것은 정치권의 역량 부재다. 전남도의 경우도 현안인 무안공항 활성화(20억원)와 광양항 석유화학부두 돌핀시설 건설(19억원) 등의 사업 예산 확보가 0원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현안 사업 상당수의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누락되거나 찔끔 반영에 그쳤다는 것, 지자체와 정치권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구시의 경우 내년 국비 예산이 3조원을 돌파했다. 광주시의 2배다. 내년 예산에 대구순환고속도로 건설 1천억원, 도시철도1호선 하양연장 건설 290억원이 확보됐다. 경상북도는 12조원대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 전남도의 2배다. 중부내륙 지역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는 중앙선 복선전철화(도담-영천) 사업비 7천억원도 확보했다.

광주·전남에는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거의 없는 반면 대구·경북에는 1천억원이 넘는 예산, 7천억원짜리 예산도 존재한다. 지역차별이니 특정지역 편중예산이니 매년 불평등을 호소해도 영남지역의 현안은 차근차근 국가예산으로 해소되고 있는 느낌이다.

얼마 전, 이 지역 한 공무원이 현안을 들고 해당 국회의원실을 방문했는데 보좌관이 그 국회의원의 지역구가 빠졌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공무원 사회에서 파다하게 회자된 바 있다. 공무원이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원 보좌진의 갑질을 통과해야 하고 통과하더라도 국회의원에게 직접 설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니 뭔 놈의 정책협의가 가능하겠는가.

호남은 정치개혁을 제3당 탄생에 걸었다. 제3당이 탄생하긴 했으나 여전히 미숙하다. 국민의당은 남은 시간동안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주요 현안 사업의 추가 반영 여부에 사활을 걸라.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호남 민심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호남도 지역의 생존에 목숨 걸지 않는 정치인 필요 없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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