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 부른다. 이 세상에 태어나 목숨 중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만, 하나밖에 없는 단 한번의 이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이가 가장 많은 나라다. 지구촌에서 잘사는나라축에 드는 우리나라엔 굶는이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왜 죽고 싶은 사람이 많을까. 그동안 죽고싶었다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죽고 싶은 이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남보다 못한 삶, 상대적 차별과소외’다. 원인이 빈부격차와 양극화, 불평등에 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년 더나은삶의질지수’를 보면 주거, 소득, 직업, 교육, 환경, 안전, 건강, 삶의 만족 등 11개 부문 측정에서 우리나라는 거의 후진국 수준을 드러냈다. 가히 생명권을 위협받는 수준이었다. 필자가 볼 때,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토대다. 그래서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인간적 생존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 비해 최악 상황인 한국에서도 더 최악인 곳이 있다. 대한민국 땅덩어리 안에서 호남 지자체는 재정자립도 최하위인데다 극심한 차별과 소외로 더 고통스럽다. 호남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지난 현대사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현 정부 들어 도로 철도 등 SOC 사업에서도 호남 소외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최경환 의원(광주북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총사업비 관리대상사업 현황’에 따르면 도로 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돼 있으며, 호남권 사업비는 노무현정부시절 14.6%에서 박근혜정부에 와서 4.4%로 무려 10.2%나 감소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 수도권 사업비 62.3%였으나 박근혜정부 들어 72.5%로 10.1%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호남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도·국지도 5개년 계획이 경북지역에 편중되어 수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남은 경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현 정부의 국가 도로 사업도 호남 소외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5개년 계획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북이 23건으로 제일 많은 전체사업이 포함됐다. 사업비는 1조7500억원으로 전체사업비의 18.8%를 차지했다. 경북지역은 이명박 정부가 수립한 제3차 5개년 계획에서도 전국에서 제일 많은 22건(18.8%)의 사업이 포함된 바 있다. 반면 전남(11건)과 전북(10건)지역은 국도·국지도 계획에서 경북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 정부는 호남에 아예 관심이 없다. 4년차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광주지역 대선공약사업 추진 정도가 1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대선 공약 대부분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미지수다보니 내년도 국비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어 호남지역 예산 소외 정도가 심각하다는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이는 인사에서의 소외와 차별과 연관이 깊다. 정부에서 호남을 대변해줄만한 주요 요직의 인사가 거의 없다. 주요 결정권자인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장관 감사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호남인물을 눈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새누리당인 여당도 이런 소외를 인정하고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인 빈곤으로 자살률이 높은 나라에서의 지역차별은 ‘지역살인’이다. 호남 차별이 통일신라나 고려시대 때부터 시작됐다든가 하는 역사적 언급은 부차적이다. 혹 외국을 여행할때 한국인 피부가 노랗다고 백인들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을 당해본 적 있는가. 피가 거꾸로 솟고 상대를 죽이고 싶다. 차별은 이렇게 엄청난 ‘정신살인’이다. 가해자는 가볍게 하는 행위일지 모르지만 피해자에게는 그 몇 배의 상흔이 가슴에 새겨진다. 그것도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겪게 되면 뿌리 깊은 트라우마가 되고 병이 된다. 호남사람들이 갖고 있는 억울함과 울화병이 그것이다.

정부의 호남에 대한 인프라, 예산, 인물 등 전방위 차별과 소외는 이제 도를 넘었다. 빈부격차와 양극화, 불평등을 넘어 국가가 국민에게 공평하게 해야 할 생명존중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국민 생명에 관한한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생명권 보장의 적극적 의무를 진다. 국가 존재 이유다. 국민의 생명은 평등하며 누구도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환경적 요소들을 제거해 평등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호남배제와 차별을 통해 호남의 취약계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호남의 중소기업을 더 쪼그라들게 만드는가. 적어도 그 지역에 가장 필요한 도로나 항만 간접시설은 국토균형발전 차원, 생존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 아직 자갈길이 많은 호남에 아스팔트를 놔주는 것은 잊어버리고, 아스팔트길이 훤한 영남에 더 빠른 고속철 놔주느라고 바쁘다면, 그것이 바로 차별이다.

호남에서 경제인프라가 부족해 노동의 기회를 상실하고 노동의 권리를 침해받는 이들이 생존의 벼랑 끝에서 추락하다 자살하는 것은 차별에 의한 타살로 생각된다. 차별로 인한 사회적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다.

대한민국 안에서 ‘호남차별’ ‘호남소외’라는 단어가 사라질 날이 언제일까.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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