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한반도 5천년 역사 속에서 절체절명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2016년 이 가을의 촛불역사는 1980년, 필자가 청년시절 겪었던 5·18광주민주화운동 만큼이나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을 것이 분명하다. 광장으로 나온 대한민국 시민은 너무도 당당하게 ‘민주주의 주권회복’을 말하고 있다.
이제야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1980년 이후 늘 목구멍에 뭔가 걸려있는 것 같고 오목가슴에 뭔가 체 걸릴 것 같아 답답했던 것이 광화문의 100만촛불, 금남로 7만촛불 함성을 들으면서 녹아내려가는 느낌이다.
지난 19일, 광주 금남로에는 2000년대 집회 중 최대 규모의 7만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필자는 노란 은행잎 수북이 쌓인 금남로가 횃불과 촛불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이뤄낸 한국민주주의가 이제야 제 궤도를 찾아갈 수 있겠구나, 희망까지 보았다.
그리고 광주시민의 간절한 염원이 무엇인가 그날 확인했다. 19일 집회에는 윤장현 광주시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지역 인사들도 참여했지만 7만여 촛불시민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가장 격렬하게 환호하고 연호했다. 그동안 어떤 호남정치인도 이재명처럼 ‘1980년부터 수많은 사람 학살하고도 뻔뻔히 있는 저 세력들을 처단해주겠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시장의 연설에 온 국민이 환호하는 이유는, 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 이 정권의 심판과 동시에 ‘앙시엥레짐(구체제)’ 해체를 통해 한국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그가 적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촛불정국에서 가장 큰 스타로 떠오른 정치인은 이재명.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급상승세를 나타내 빅3에 진입하는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 시장 지지율이 14.5%까지 수직상승, 2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추월 직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세를 몰아 25일 목포를 시작으로 곡성, 광양, 순천 등 전남지역 주요도시에서 강연을 통해 호남지역 지지율을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돼 여타 대선 주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왜 이 시국에 ‘이재명신드롬’인가. 이 시국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가장 명확하게 얘기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응당 이래야 한다. 국민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고 그것을 대변하는 것이 정치다. 이재명시장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친일 독재 부패를 청산하고 공정과 공평, 자유와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넘치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연설할 때, 국민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읽어내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 한다. 이재명시장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고발했다.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박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여타 다른 대선 후보들과 정당이 최순실 정국에서도 지리한 당내 다툼을 벌이고, 촛불 든 국민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과 달리 앞장서서 대중에게 특유의 간결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정치인, 어쩌면 우리 국민이 기다렸던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현재 야당 대선후보들이 안정, 중도, 화합 등 어정쩡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재명시장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명쾌한 규정을 주저하지 않는다. 친일매국세력의 후손, 군사독재세력의 후예, 재벌과 유착한 세력,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치적 단죄를 명료하게 선언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단순한 이치로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고 유죄 입증되면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명쾌함에 국민은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남정치를 대변할 지도자를 학수고대해온 호남은 지금, 이재명을 호감있게 지켜보고 있다. 광주연설에서도 헬조선에 분노하는 광주청년세대가 가장 그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었다. 이재명시장은 연령별지지율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대표를 앞서면서 20대에서 14.1%, 30대 15.7%, 40대에서 14.0%를 나타내고 있다. SNS정치를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본격화되자 ‘사이다 발언’을 쏟아내며 국민의 호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시장이 야권 대통령 후보가 될지 안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국에 등장한 이재명신드롬을 보면서 필자는, 국민의 집단 지성에 감탄한다. 국민은 국민의 생각과 닿아있는 정치인을 빨리 간파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지배자라 생각해서 국민을 동원하고, 국민은 수동적으로 선택을 강요당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국민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기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묶어서 정치에 강제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안 이재명시장이 새로운 정치, 국민 중심 정치 열망에 불을 붙이자 박수를 쳐주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시장은 분명하게 말했다. “이번에 반드시 부패를 청산해줘야 합니다. 그들이 믿는 게 있어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시간 지나고, 정치적으로 타협하면 용서되고 묻힌다. 70년이 넘도록 이때까지 그래왔거든요. 이제는 나쁜짓 하면 혼난다,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를 꼭 보여줘야 합니다. 그게 우리 미래를 여는 길입니다.”
요즘 같은 항쟁 시절엔 이보다 더 단호하고 분명한 리더십, 용기있게 ‘정의’를 말하는 정치인을 국민은 원한다. 이제 호남정치가 답하라.
/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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