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도 자주 오고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가 있다. 그 딸은 국내의 최고 학벌에 외국에서도 초일류 대학을 나온 재원(才媛)인데 사윗감으로 원하는 기준이 딸이나 어머니나 워낙 까다로워서 이제는 딸의 나이가 40대가 다 된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높은 기준을 못 버리고 있었다. 그 어머니가 워낙 많은 사람의 궁합을 보러 와, 실제로 궁합이 좋게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의사인데 집안에 돈이 없습니다, 이 사람은 변호사인데 돈을 못 법니다, 이 사람은 대기업에 다니는데 학벌이 너무나 우리 딸에게 비교가 안 되는 학교에 다녀서 안 됩니다” 등의 말을 하며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사람 하다가 이제는 결혼할 혼기가 훌쩍 지나버린 것이다.
최근에 다시 온 그 분은 “예전에 봤던 총각인데 그나마 직업은 의사고 돈도 잘 벌고 그래요. 궁합은 어떤가요?” 라고 물어서 “궁합도 좋습니다”라고 했더니 “근데 우리 딸이 얼굴이 못생기고 키가 작다고 해서 저는 싫다는데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만 귀담아 듣고 약이 되고 살이 되는 충고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분이 올 때마다 “사실 따님이 똑똑하고 영리하며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데 유독 남편자리는 안 좋습니다. 남편의 복을 받으려면 그 만한 그릇이 돼야 하는데 따님의 기준에서는 누가 들어와도 불만과 양에 안 차게 되니 어머니나 딸이나 마음을 비우셔야 시집을 갈수 있을 겁니다. 이 사람도 궁합이 좋으니 딸에게 결혼을 하고 싶다면 한번 진지하게 만나보라고 하십시오”라고 말을 해줬지만 그 뒤에 들어온 소식도 여전히 결혼을 안했다는 말만 들려왔다.
어쩌다 주례를 보게 된 결혼식에서 성철스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결혼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덕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고 고르다가 제일 엉뚱한 상대를 고르게 됩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혼인은 자신의 분수에 맞게 가야 된다는 말을 한다. 필자도 이 말에 동의를 한다.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분수란 현실적인 돈과 명예, 집안 등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동양학을 하는 필자가 보는 분수라는 것은 자신의 타고난 그릇과 남편자리, 부인자리의 그릇을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난 대로 만들어진 명운(命運)의 그릇을 모르고 현실적인 잣대만 댔다가는 들어오는 복을 받을 수도 없고 오히려 밀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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