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번 장미대선의 주도권은 대구·경북이 쥐고 있다. 호남이 아니다. 박정희-박근혜의 뿌리인 대구·경북 사람들은 박근혜전대통령을 교도소에 가둬놓고 치르는 이번 대선이 탐탁찮지만 누군가는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어제 대구·경북 오피니언 리더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지금까지 그쪽 여론은 ‘찍을 사람이 없다.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반면 그 반대 지형에 있는 호남은 어떤가. 찍을 사람이 너무 많다. 대통령 선거 사상 야권에서 1, 2위를 기록한 경우도 없었지만, 문재인·안철수 모두 호남에 명운을 걸고 있는지라 행복한 고민,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호남 역시 찍을 사람 많지만,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대구·경북은 내 자식이 너무 부족해 남의 자식 중에 그래도 괜찮은 이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결정하기 어렵고, 호남은 1위 2위를 달리는 두 사람이 모두 내 자식 같긴 하지만, 누가 더 효도를 잘할지 판가름하느라 선택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찍을 사람이 없다는 대구·경북이나 찍을 사람이 많아 걱정인 호남이나 똑같이 내는 목소리, ‘실리추구 전략적 선택’이다. 영남이나 호남언론 모두 ‘자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사람, 지역 이익에 부합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각 지역민에게 얘기하고 있다.

특정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 압도적인 당선을 시도했던 영남과 호남사람이 이번 대선에 달라진 것이다. 대통령이란 나랏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인데, 캐스팅보트를 쥔 양 지역 모두 해당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을 따져보겠다고 한다.

선거일이 20일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문재인 안철수 양강구도다. 호남은 둘 중 누구를 선택하든 좋다는 의견이 많아 다소 여유롭다. 그러나 영남은 돌발상황이다. 될 사람을 찍자며 자신들의 지지정당 후보인 홍준표·유승민을 거두고 문재인·안철수 중 영남 지역에 더 이익이 될 사람을 뽑자고 들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영남은 문재인·안철수 중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 있을까. 몰표를 행사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꽤 촘촘하게 두 후보를 검증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정권의 사례에서 봐도 후보들을 엄밀하게 비교,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당과 관계없이 사람의 면목을 보는 거라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특히 오랜 차별과 소외로 경제적 격차가 큰 호남은 호남발전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요구해야 한다. 어디에서 재원을 마련해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 구체적인 실행 계획 등이 부족한 공약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두 후보의 호남 공약 핵심은 낙후된 호남을 발전시키고, 예산과 인사 등의 소외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에너지 신산업 거점도시 육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2.0 시대 선언, 미래형 자동차 생산기지 및 부품단지 조성, 서남해안 관광·휴양벨트 조성 등의 공약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미래 자동차 산업, 에너지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나노융합선도구역 조성, 무안국제공항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 등을 광주·전남 미래 프로젝트로 제시했다.

양쪽 모두 특대형 프로젝트는 없다. 광주·전남의 현실을 안다면 좀더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지금 호남의 현실은 참담하다. 취약한 산업 기반에 호남 소외를 상징하는 보수 정부 10년이 겹치면서 사실상 경제 생태계가 붕괴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이 없다. 광주 성장엔진으로 주목됐던 문화수도 조성 사업은 문화산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남 제조업 생산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조선·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다. 쌀값 폭락 등으로 농어민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 인구는 지난 3월말 기준 189만944명으로 190만 명 선이 붕괴됐다. 경제 생태계 붕괴로 청년들은 떠나고 지역 사회 전반에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

정말 획기적인 성장플랜이 필요하다. 후보 스스로 호남 차별이나 홀대, 소외에 대한 절실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호남차별과 홀대로 중요 국책사업은 사실상 착수조차 하지 않았고 전남 7개 공약 중에서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건설과 남해안 철도고속화 사업 등 2건, 약 1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호남은 나라의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이라 차별받고, 호남이라서 또 소외되는 이중차별을 받았다. 이중차별은 고통이요 정서폭력이다. 필자는 ‘호남의 이중차별해소 특별법’이라도 만들라 주장하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많이 지쳐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미처 충격을 추스르기도 전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와중에 세월호를 안았던 진도와 목포, 호남의 고통은 더 크다. 세월호 침몰후 5·18을 겪었던 광주는 이중 삼중으로 더 아프고 고통스럽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면, 특별히 많이 아프고 고통스런 지역, 이중 차별을 받아 기본 행복권마저 보장되지 않은 지역을 대한민국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ssnam48@kjdaily.com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