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5·18 37주기다. 지난 주 문재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성대히 치렀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다. 1997년 4월 17일, 5·18 주범들에 대한 반란 및 내란죄가 확정된 뒤, 같은 달 정부에서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제정 발표하고 그해 5월 18일 정부 주관 아래 첫 기념일 행사를 가졌다. 이로써 5·18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함께 광주민주화운동이 특정 지역의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전 국민적 차원의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역사적 평가 및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기념일 행사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며, 광주시 5·18 묘역에서 치른다. 기념식에는 정부 관계자, 국방부장관, 5·18 희생자 유족 및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민주화운동 희생자 영령에 대한 묵념·헌화, 경과보고 및 헌시낭송 등의 순으로 진행되며, 5·18민주항쟁 과정에 숨져간 민주열사들을 추도하고, 그 숭고한 뜻을 되살려 민주주의 완성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추모행사는 광주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또 바로 엊그제 5월 16일 ‘오월 어머니집’에서는 올해로 11회 오월어머니상을 시상했다. 남장로교 헌트리 선교사부부가 수상했다.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한 남장로교 헌트리 선교사부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남장로교 헌트리 선교사는 1980년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사역하면서 입원한 환자들에게 전도하여 결신하도록 했고 결신한 환자들이 퇴원을 하면 그들을 찾아 지역교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한 선교사다. 그런데 ’80년 오월 계엄령이 선포되고 죽음의 그늘이 드리울 때 기독병원은 사상자들로 병실을 가득 채우고 복도와 현관 바닥까지 차고 넘쳤다. 방금 지원차량에 올라 헌혈을 외치던 여고생들이 총격을 당하여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모습을 본 헌트리 목사는 그 현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시신이 안치된 곳까지 정신없이 찾아가 바닥에 흘린 피에 미끄러지면서까지 사진을 찍었다. 얼굴 반쪽이 날아간 시신을 대할 때는 성난 늑대처럼 오열하며 울었다. 평상시 늘 글을 쓰곤 했던 부인 허 마르다는 5.18에 관한 글도 썼다. 당시의 글은 다른 글과는 사뭇 달랐다. 많은 시간을 남편과 의논했으며 서로가 겪었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메모한 것을 토대로 쓴 것들이다. 5.18 당시에 헌트리 부부 집에 많은 사람이 있었다. 당시 민주화운동에 적극 활동한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을 만나자 헌트리 목사 사택을 피신처를 삼은 것이다. 국가 기관의 감시 속에서도 아량곳 하지 않고 끝까지 많은 사람들을 지켰다. 당국의 위협이 계속되어 두려웠지만 귀한 생명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이 부부는 추방되었고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 오월어머니상의 수상소식을 듣고 당신들의 건강이 좋지 못한 관계로 참석하지 못함을 미안하다고 전했다.

헌트리, 우리나라 이름으로 허철선 사택은 수피아여고 담 뒤쪽에 있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외국인 선교사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그 당시 사진을 인화했던 암실도 있다. 헌트리 사택을 비롯하여 피터슨사택도 5.18 민주화항쟁당시 상공의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양림동의 선교사 사택들과 오월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곳이다. 허철선 선교사가 광주에서 보인 사랑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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