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남도 곳곳을 여행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남도 지천에 널려있는 풍부한 자연식재료를 활용한 ‘전라도 맛’을 세계가 찬탄하고 있다. 광주·전남 어디를 찾든 전국 어디에 비할 바 없는 ‘남도 감칠맛’은 한국인 혀끝을 매료시킨다. 맛, 하면 전라도! 한국인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맛 관광’이다.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으로 코스를 정하는 게 추세다. 관광산업 중에서 음식관광, 즉 ‘맛 관광’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2016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국인의 여행방문지에서 이뤄지는 주요활동 중에서 ‘자연 및 풍경감상’이 가장 높은 비중인 28.7%를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음식관광’이 19.7%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쇼핑’ 다음으로 ‘음식관광’을 꼽고 있다. 외국인이건 내국인이건 ‘맛 관광’이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을 자랑하는 광주·전남의 관광전략 안에는 ‘맛 관광’ 전략전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전남도의 남도음식문화큰잔치와 광주시의 세계김치축제가 있긴 하다. 두 행사 모두 축제 형식이고 상시적으로 광주·전남 음식점들과 연계할 방안은 없다.

반면, 음식도시라고 불리기 어려운 다른 지역의 음식관광전략은 정말 기발하다. 부산시는 음식을 테마로 한 문화관광 상품을 개발해 ‘맛과 멋의 도시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세계조리사연맹(World Association of Chefs Societies)이 인증하는 ‘국제 영 쉐프 챌린지 대회’를 내년에 처음 개최한다. 부산에서 생산된 식품을 사용해 요리대회를 열어 수상작 레시피를 부산 식품 특화에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회 기간 동안 20여개국에서 쉐프와 대회 관계자 1500명이 참석하며, 관광객 1만 명도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도 인근 지역 맛집과 역사적인 장소를 둘러볼 수 있는 ‘서울로 7017 테이스팅 서울 투어’를 선보이고 있다. 남대문·명동, 중림동, 시청·광화문 등 3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2016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 2명 중 1명은 미식 탐방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할 만큼 한국의 음식문화에 관심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은 ‘10월의 음식관광 테마’로 ‘지리산 흑돈’을 선정하고 음식관광 상품홍보를 위한 팸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아프리카TV를 통해 팸 투어 영상이 생중계됐다. 이번에 발표된 10월의 음식관광 테마는 함양군의 ‘지리산 흑돈’을 중심으로 개평 한옥마을과 명가원, 까매요 등의 연계 콘텐츠로 구성됐다.

최근 목포시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선정에 따른 ‘남도 맛 기행’ 세부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현재 순천·여수 등 전남 동부권 중심으로 이루어진 관광 축을 담양을 시작으로 광주·나주를 거쳐 목포에 이르는 새로운 관광 동선을 만들어 대표 관광지로 육성하는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향후 5년간 37억8000만원이 지원된다. 맛(음식)을 테마로 영산강을 따라 담양, 광주, 나주, 목포 등 4개 시·군을 권역으로 묶어 하나의 맛 길 여행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각 도시가 지역의 향토자산과 음식 특징을 연결해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내 맛 관광객을 유인하는 계획은 너무 기발하다. 특히 개별적으로 전국에 맛이 알려진 개인식품업체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많다. 삼척의 ‘꽈배기’가 그 예다.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과 ‘밤 도깨비’를 통해 널리 알려지고 토란, 들깨가루, 자두청 등 지금까지의 꽈배기와는 다른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있는 건강꽈배기가 판매되는 삼척시의 모 제과점에는 이 꽈배기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어 줄을 선다. 통영의 유명한 ‘꿀빵’도 통영관광객이 꼭 찾는 곳이다. 통영의 해변가에 늘어선 수제 꿀빵집 앞에는 꿀빵을 사기위한 여행객들로 붐비고 반질반질하게 꿀이 발린 꿀빵을 걸어가면서 먹는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산의 ‘씨앗호떡’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밀가루 대신 쌀 반죽을 사용한 쌀핫도그의 선풍적 인기몰이의 원천이 된 부산시는 맛 관광의 대표도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맛 관광으로 호평을 받는 이들 음식에 관광객들 발길이 쏠리는 이유는, 여행객이 즉석에서 갓 만들어낸 수제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고 특히 SNS 등 인터넷을 이용해 맛 후기를 젊은 층 여행객이 널리 전파·확산시킨 점도 주효했다. 대중적 간식거리로서 부담없는 가격, 맛있다는 특성, 해당 도시를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는 지역성 때문에 관광상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맛-관광’시대다. 광주·전남은 ‘전라도 최고의 맛’을 어떻게 관광상품과 연계할 것인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역 음식업계도 지역에 이미 존재하지만 새로운 원료와 제조법을 이용해 더욱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맛 상품’을 발굴·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손놓고 있다가는 대한민국에서 최고 맛있는 김치를 담가먹는 전라도가 김치산업을 놓쳤듯, 대한민국 최고 손맛의 명예를 갖고도 음식관광을 다른 지역에 뺏길 수 있다.

내년 전라도 정도1천년을 앞두고 1천년 ‘맛 역사’를 가진 광주·전남·전북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1천년 맛의 부활, 맛의 명예 회복, 맛 관광 활성화’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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