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3(일)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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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나 지방이 나서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이 그렇지 못하고 무력감을 느끼는 지역의 주민보다 행복감이 증가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09년 유럽공동체의 지역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지방분권지수와 국민소득간에는 정비례관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지방분권이 많이 된 나라일수록 국민소득이 높고 지방분권지수가 낮을수록 국민소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내년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붙여져 그동안 중앙정부가 주도해왔던 지역발전전략이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선거에서 지역발전공약과 청사진이 제시됐고 엄청난 예산을 퍼부었지만 중앙 차원의 지역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 돈을 지방에 주었더라면 그 사업을 위해 결코 쓰지 않을 사업이 많았다.
중앙은 지방의 표를 얻기 위해 생색나는 사업만 지원하고 지방은 지원을 받기 위해 중앙정치권의 선거 전략에 도움 되는 사업의 지원을 요청하는 구조, 돈만 낭비되고 지역발전은 모호해졌다. 낙후된 지역이 여전히 낙후돼 지방이 피폐해져가는 원인이다.
5·16쿠테타 시기에 주한미국대사관에 근무했던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은 당시를 회상하며 ‘소용돌이의 한국정치’(1968년)란 책을 냈는데, 그가 묘사한 한국현실은 소용돌이처럼 모든걸 빨이들이는 서울의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 316쪽에는 ‘한국 고유의 제도에서는 모든 근거지가 서울 아니면 안됐고, 모든 야심가들은 서울에 가지 않으면 안됐다’고 적혀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공화국은 계속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이런 서울공화국을 개선해보고자 가장 애를 쓴 분은 김대중전대통령이다. ‘김대중자서전’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정치인 김대중에게 별명을 붙인다면 미스터 지방자치가 제일 어울릴 것 같다는 문구입니다’ 김전대통령은 1990년 지방자치제 실시를 내걸고 단식투쟁까지 벌여 1991년 이를 실현해냈다.
이제 그 뒤를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지방분권 개헌 추진은 이제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지면 광주·전남은 어떻게 달라질까. 지방재정 분권·지방자치제도 개편·지방정부의 국정 참여 강화 등이 이뤄지면 연간 5000억 가까운 이상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현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지방교부세를 현행 국세의 19.24%에서 22%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33조1000억 원 규모의 지방교부세는 37조9000억 원으로 4조 8000억원 늘어나 각 광역시·도에 분배된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중앙에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지방과 국민에게 위임하고 분산시키는 것이다. 물론 헌법 개정에는 기본권, 정치, 경제 등 다뤄야 할 사안들이 많이 있으나, 현재의 집권적·권력집중형 통치구조의 전면적 개편 대안으로 지방분권형 국가운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의 확고한 헌법적 보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발전의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이 된 부분이 많다. 헌법 제117조를 비롯하여 제37조제2항, 제59조, 제13조 등이 지방의 손발을 묶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아래로부터 창조적인 혁신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다. 지방정부는 손발이 묶여 거의 마비 상태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대신 기능을 해주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부 역시 과부하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243개 지방정부에게 주어진 재정권한은 20%에 불과하다. 여전히 나머지 80%는 중앙정부에서 가지고 있다. 2할 자치다. 재정분권 헌법은 대통령께서 천명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자치분권의 권한이다.
프랑스인으로서 1831년 미국 건국 초기에 미국을 방문하고 1835년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책을 내놓은 렉서스 토크빌은 프랑스에서 안 되는 민주주의가 미국에서 잘 되는 이유를 지방자치에서 봤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집중인 프랑스에서는 중앙정부가 지방 관리를 파견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방정부가 먼저 구성되고 자신들이 지역 문제에 대한 권력과 자주성을 가지며 중앙정부에 지방의 인재를 빌려준다는 사실을 보고 토크빌은 ‘이게 바로 민주주의다’라고 얘기했다. 토크빌은 말했다. ‘권력과 자주성을 갖지 못한 마을은 착한 시민은 가지게 될지 모르지만 능동적인 시민은 가질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은 지방자치를 하긴 하지만 지방에 돈과 권력이 완전히 이양되지 않은 반쪽자치제다. 중앙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으로 규정하기만 하면 지방은 법령이 요구하는대로 해야 한다. 법령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고, 지방에서 더 좋은 문제해결방안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에서는 법령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여야 한다.
국가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경제적인 번영을 위해서도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 개헌은 꼭 이뤄져야 한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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