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영화 ‘강철비’에서 인상에 남는 장면은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 받는다’란 대사다. 이 대사는 양우석 감독이 창작한 대사가 아니다. 영국의 저명한 학자 헤들리 불이 밝힌 의견이다. 양우석 감독은 ‘영화는 사회에 울리는 사이렌과 같은 역할을 해야한다’며 ‘강철비’를 보고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그 씬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이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 그 휴전선 근처 평창에서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역시 분단국가답게 정치인들은 한달도 안남은 이 올림픽을 정쟁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 영화 ‘강철비’의 대사처럼 우리 국민은 이 올림픽을 설레는 마음으로 고대하지 못하고 ‘평양올림픽’&‘평창올림픽’이라는 정치인 말싸움에 고통받고 있다. 참 나쁜정치다. 언제쯤 착한정치를 좀 볼 수 있을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올해의 메시지를 내면서 어려운 경제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올해 목표로 ‘페이스북 고치기(fix)’를 내세웠다. ‘분노와 증오의 페이스북’을 ‘착한 페이스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페이스북이 남용되지 않도록 여러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많은 실수가 있었다는 점도 그는 인정했다. 기술은 권력의 탈집중화를 이뤄내야 함에도, 오히려 권력 집중화를 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주커버그는 고백했다.

페이스북창업자의 자신과 자신이 만든 회사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변화 다짐이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클 것 같다. 20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테러ㆍ자살ㆍ정치선전 등 나쁜콘텐츠를 접하지 않을 권리를 갖게 된다. 주커버그의 다짐이 성공한다면 FANG 전체의 변화도 기대된다. 한 사람의 변화가 세계적인 개혁을 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도 그렇다. 바른정치는 그 사회, 그 국가를 행복하게 한다. 늘 극좌나 극우, 이쪽 끝과 저쪽 끝에 서서 삿대질만 하는 한국정치는 정당의 이익에 따라 한쪽으로 쏠려 반대를 점점 양산하며 균형을 잃고 만다. 결국 국민에게 지탄받는 대상, 혐오의 대상이 되어왔다.

정말, 요새 정치는, 너무 극단적이다. 정치가 매일 극단적인 갈등만 노출시키다보니, 사회 현상 역시 너무 극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렇게 매사 힘의 논리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불행한 것은 국민이다. 어떤 정당이든 소수의 목청 큰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폭력적 혹은 권력적 방법에 의해 방향이나 방안이 결정되면 결국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고 그 피해는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정치인과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국민을 불행하지 않게 하려면 공렴(公廉)정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은 다산철학의 핵심이다. 다산은 ‘목민관이 밝은 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성이 자기 자신의 신변 안위에만 꾀가 많아서 관의 잘못을 보고도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런 결과, 나쁜정치, 공정하지 못한 정치, 공렴철학이 없는 정치 때문에 한국에는 꼬리표처럼 항상 따라붙는 오명이 몇 가지 있다. 자살률도 그중 하나다. 노인 빈곤율과 더불어 우리나라 자살률은 악명높다. 2003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13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놓친 적이 없다. 사회구성의 기본단위인 개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정과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년에 1만3천92명이었다.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1명이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인데,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5.6명에 달한다. 특히 10대와 20대, 30대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 시도자는 자살 사망자의 10∼40배(청소년은 50∼150배)로 약 52만4천명이나 될 정도로 많다. 따라서 자살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건강보험공단 자료(2014년)를 보면, 자살한 당사자의 미래소득 감소분만 고려할 경우에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5천억원이나 된다. 5가지 주요 사망원인 중 암(14조원)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살 원인으로는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주로 꼽히지만,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소득 불평등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도 자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수준이 낮은 점도 자살률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를 보면, 1995년 이후 2015년까지 20년 동안 5년 주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통합 지수를 측정해보니, 한국은 5차례 모두 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로 최하위를 못 벗어났다. 한국 사회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성별과 나이, 빈부에 따라 차별받고, 사회 제도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뜻이다. 나아가 시민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개인이 교육을 통해 사회·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어려우며, 사회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공렴정치 실종, 극단정치가 국민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진보적인 생각과 보수적인 생각들을 융·복합, 통섭하여, 현재와 미래의 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방향 논의, 지혜를 도출해내야 한다.

국민을 죽이는 정치, 무슨 의미 있는가.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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