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끝났다. 고향방문을 자제하자는 방역당국의 방침에 따라 학숙도 평상시처럼 운영을 했다. 재사생들에게 ‘이번 명절만큼은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학숙에 머무르자’는 메시지를 보내 취지를 알렸고, 직원들의 근무를 늘리고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문제없이 명절 연휴를 보냈다.

외부활동이 조심스러운 시기임에도 학생들이 집을 떠나 학숙에 머무르는 이유는 학업 외에 재정적인 이유도 있다. 많은 기대를 안고 있는 만큼 짐도 한가득 짊어지고 있을 텐데 모두가 학자금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적성에 맞는 좋은 일자리를 갖고 행복한 가정을 갖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부는 낮아지는 출산율을 걱정한다. 일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든다거나 고령자가 늘어 젊은이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불편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낮은 출산율 걱정만 앞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아이를 늘리자는 이야기만 중심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는 젊은이들의 삶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어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상대적으로 고령층은 어떤가. 연금재정 고갈, 복지지출 증가 등을 이야기 하면서 애물단지 취급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쟁을 이겨내고 온몸을 바쳐 여기까지 이끌어 온 자랑스러운 세대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말로만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 하지 말고 그 기적을 이루어 낸 위대한 세대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희생한 삶, 한국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은 땀방울 하나하나가 존중받아야 하고 그래야 살아온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좋은 세상 오래 사는 게 축복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의아한 점은 따로 있다. 그렇게도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들을 하면서, 한민족이 소멸할 수도 있다며 출산을 강조하고 장려하는 이 사회가 정작 태어난 아이들은 그만큼 소중하게 대우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실은 아닌 것 같다. 부정과 폭력이 심심찮게 드러나는 보육시설,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고교, 시간당 1만원이 안 되는 아르바이트 속에 학자금을 모으고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 쌓기에 몰입해야 하는 대학생활 등등.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다시 휴학을 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렇다보니 이 소중한 아이들, 한민족의 장래를 이어나가야 할 청년들을 오로지 글로벌 기업들이 입맛에 따라 골라 쓰는 취업 희망자의 하나로, 그들의 물건을 사서 쓰는 소비자의 하나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아한 것이다.

더구나 다가올 미래사회는 모두가 예상하고 우려하다시피 많은 사람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미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로자 1만명당 산업용 로봇 대수가 710대(2017년 기준)로 세계에서 가장 로봇 밀집도가 높은 나라이고, 이것은 세계 평균 로봇 밀집도(85대)보다 여덟 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연간 산업용 로봇 구매 대수는 3만9700대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니 결국 다가올 미래사회에서도 로봇을 많이 쓰게 될 것이고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라 쉽게 전망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아야 좋고 내가 만든 제품을 사서 쓰는 사람이 많아야 좋을 것이다. 스펙이 좋고, 주는 보수에 만족하고 얌전하게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내가 귀하게 쓰이고 내 권리가 보장되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지 않을까.

이제는 숫자보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라고 본다. 어른들도 생각을 바꿔야 하겠다. 때마침 광주에서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인권포럼이 열리고 있다. 어린이와 청년들이 어떻게 대우받아야 하는지, 청년들의 일자리는 어떤 상황인지, 인권의 한 분야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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