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김영근 기자

“세월호의 아픔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는데 호남에서 또 다시 이런 참사가 벌어지다니 참담할 뿐입니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은 물론, 고인과 유가족에 대해서도 모자람 없이 예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0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일찍부터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제단에 국화를 올리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날 두 번째로 헌화를 한 손정숙(59)씨는 “가족 단위의 희생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미어져 추모하러 아침 일찍 나왔다”며 “이러한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린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잇따랐다.

올해 첫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민아(31·여)씨는 “사고 여객기에 3살 어린이도 타고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녀를 둔 사람으로서 애도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며 “고등학교 교사로 휴직 중인데 희생자 중 학생들도 포함돼 있어 가슴 아팠다. 이제는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불안한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김모(36·여)씨는 “연말을 맞아 친구와 광주에 놀러 왔다 참사 소식을 듣고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며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사람들도 많던데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참사 피해자의 친인척과 지인들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안식을 기원했다.

친인척 일가족 4명이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임태문(72)씨는 “평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왕래했던 며느리의 형제 가족이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학생 박서은(16)양은 “같은 동네에서 살며 학원과 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 잘 다녀오고 방학 잘 보내라’는 안부 인사를 건네지도 못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단체 추모객들의 발길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및 5·18기념재단 등 오월 단체·기관과 광주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들도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해남 아시아나항공 충돌, 진도 세월호 침몰 등 호남 지역에서만 벌써 3번째 참사가 발생했다”며 “더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현장 방명록에는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하늘에서 가족분들과 못다한 여행 하시길 빌겠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빕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약 2천명의 추모객들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특별취재반=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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