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out 3’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기억 한켠에 묻어 둔 장소를 떠올릴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해 광주신세계미술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이설 작가의 초대전 ‘시간이 고른 장소’가 오는 27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폐허가 된 장소를 배경으로 삼거나, 그곳에서 발견된 사물을 화면 중심에 펼치는 작업을 해왔다. 급변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버려진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소멸과 생성의 시공간적 이미지를 화폭에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기록이나 재현적 표현이 아닌 사라져 가는 존재들이 머문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풍경 속에서 이미 존재했던 사물의 이미지를 오려낸 듯한 ‘컷-아웃(cut-out)’ 기법을 사용한다. 마치 잘라낸 것 같이 그 부분을 흰색으로 칠해 상실과 부재를 의미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북적거렸던 과거와 그 모습이 사라져버린 현재 모습을 중첩해 현존과 부재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작품 ‘그 자리 그대로’(2022), ‘사각지대’(2022)에서는 사물을 오려 냈다가 전에 있었던 자리에 붙여 놓은 흔적을 볼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은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사물이나 소멸한 후의 잔해들을 통해 무의식 속에 저장된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이설 작가는 “모종의 장소에 대한 성실한 고찰과 관심, 그리고 그 장소로부터 받은 묘한 느낌의 형상화를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는 미덕이 존재한다”며 “묵묵히, 마음으로 밀고가는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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