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엄마의 그림책 오월이야기 전시’에서 만난 주대채 씨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전쟁을 겪으며 일곱 번의 기적으로 살아남았으니, 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잡초와 같다. 황무지에서 자라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핀 꽃. 덧없는 인생 같지만 나는 진실하게 살았고, 가난했지만 사람들을 돕고 함께 살아왔다.…돌아보니 잡초였던 내가 이제는 아름다운 한 송이 큰 꽃이 되었다.”
- 저자 주대채 그림책 중

광주 근현대사의 질곡을 품은 그림책 원화전 ‘아버지, 엄마의 그림책 오월이야기’가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광주 동구인문학당에서 진행된 ‘어르신 글쓰기 자서전 교실’ 결과물인 그림책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자서전 교실에 참여한 주홍 갤러리생각상자 관장의 아버지, 어머니가 쓰고 그린 그림책이 전시로 다시 재구성된 것.

6·25 전쟁과 5·18민중항쟁 등 시대의 아픔을 지나온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인생을 실감 나는 그림으로 묘사해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림책 ‘잡초 속에서 피어난 꽃 민초’ 원화에는 생생한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있었다. 일제강점기 태어나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무시당한 어린 날의 기억부터 함경북도 아오지탄광에 징용됐던 아버지를 따라 이사한 일, 12살 나이에 해방을 맞아 석탄 운반 기차에 콩나물처럼 실려 고향 광주로 돌아오던 길, 6·25전쟁 시기 인민군에게 붙잡혀 극적으로 살아남은 경험과 5·18 광주시민들의 소리치던 목소리까지….

주대채 씨의 그림책 ‘잡초 속에서 피어난 꽃 민초’ 원화

지나온 시대 속 크고 작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저자의 생생한 인생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자 주대채(90) 씨는 “우리나라 아픈 역사 속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이 시대의 민초들의 이야기라 생각한다”며 “그림책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전시장에서는 장은자(85) 씨의 그림책 ‘나는 육남매의 엄마다’ 그림도 줄줄이 내걸려 있었다.

장은자 씨 그림책 ‘나는 육남매의 엄마다’ 원화

화순 남면 벽송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일제강점기를 겪은 장 씨는 결혼해 광주 학동에서 육남매를 낳고 남광주 시장 근처에서 음식 장사를 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자식들에게는 항상 나누며 사는 삶을 가르쳤던 그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시장 한켠에서는 주대채 씨가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손수 작성한 붓글씨를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공간도 조그맣게 마련돼 있다.

주홍 관장은 “두 분의 그림과 빽빽하게 쓴 글을 읽고 이들의 삶이 대한민국 민중의 근현대사를 품고 있다고 느꼈다”며 “가까운 분들에게 오히려 묻지 않았고 몰랐던 광주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소회했다.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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