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로부터 임종두作 ‘萬事如意’, 김혜경作 ‘Media Rak(樂, Joyful)’, 김창덕作 ‘용이 나르샤’ <은암미술관 제공>

초자연 세계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 담긴 민속 신앙부터 AI를 통한 최신의 첨단 기술까지. 인간의 상상력은 오랜 시간 정서적 또는 물질적으로 인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정보 과잉 시대,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편협적인 사고는 일상에 단조로움을 주고 있다. 굳어져 가는 생각의 흐름 속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그 틀에서 벗어나 비상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예로부터 인간은 상상의 존재를 통해 일상에서 희망을 얻어왔다. 용은 인류의 염원이 시각적으로 구현된 상상의 동물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구름과 비를 주관하는 용은 현실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신적 존재로 여겨졌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해 우리 안에 내재된 상상력으로 미래를 그려보고 용(龍)의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은암미술관은 내년 1월15일까지 2024년 기획초대전 ‘미르, 나르샤’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우청 김생수, 다음 김창덕, 김평준, 김혜경, 임종두 등 작가 5명과 연구자(국어학자) 손희하가 참여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독자적 화풍과 매체를 활용해 자신만의 ‘용’을 구현한다.

먼저 우청 김생수 작가는 전통채색화만이 지닌 섬세함과 강렬한 색감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높이 솟아오르는 잉어와 용의 모습을 선보인다.

김창덕 작가는 차를 벗으로 삼아 그 안에서 자신이 만난 용의 기운을 윤회도자화에 담아낸다. 인물 군상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온 김평준 작가는 붓의 움직임과 먹의 번짐을 통해 힘찬 용의 기상을 화폭에 담아냈다.

동아시아 고미술을 뉴미디어와 접목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김혜경 작가는 전시에서 프로젝션 맵핑과 모션 그래픽을 통해 생동감 있는 용의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여인의 형상과 붉은색의 강렬함으로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를 탐구해온 임종두 작가는 인간이 세상을 창조하는 주체로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로써 용의 의미를 재고한다.

손희하 연구자는 광주에서 전해 내려오는 용과 관련된 지명을 보여주는 지도를 선보인다.

김혜민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용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담아낸 전시다”며 “현실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내 안의 무궁무진한 꿈틀거림을 느끼고, 2024년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시 개막식이 열리는 1월3일에는 김창덕 작가의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