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조선대학교 명예교수·前 총장

노자의 도덕경 제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상선이라는 말은 가장 잘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 흘러가듯이 가장 잘하는 것은 인간다움의 리더십이거나 품격이라 할 수 있다. 물은 잘 하나니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水善 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자만하지 말고,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 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 문장은 히피문화를 선도했던 스튜어트 브랜드가 1968년 창간 한 Whole Earth Catalog 마지막 호(1974년 10월) 뒷면에 실린 내용이었다.

스튜어트 브랜드는 컴퓨터 마우스를 개발한 스탠퍼드 연구소 더글러스 엥겔바트 박사의 제자였다. 그는 1966년에 NASA에 ‘우주에서의 지구 사진’의 공개를 주도하면서 ‘친밀감, 진정성, 그리고 전체성(wholeness)’에 의한 인간 의식의 확장과 인간과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도구인 컴퓨터에 의한 정신공동체적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1989년 이탈리아 의류회사 베네통은 흑인 여성이 백인 아이에게 수유하는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의 작품을 광고로 이용했다. 인종 차별를 부각하는 그 광고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 사진은 베네통 광고 사상 가장 많은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인도적 이슈에 대한 예술적 모델이 됐다.

자연을 관찰한 도덕경의 통찰, 스튜어트 브랜드의 정신공동체적 사유, 그리고 인도적 이슈에 대한 사진작가의 혁신성 등은 성숙한 인간의 내적성찰과 연결된 고품격 스토리로 보인다.

앞으로 인간의 내적 성찰과 성숙에 의한 인간다운 스토리와 연관된 대학의 전통과 역사성을 성찰해 새로운 비전을 성숙시키고자 하는 글로컬 대학다운 고품격 스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관련된 요소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품격 스토리는 인고해 숙성된 대학의 의식과 문화 그 자체이다.

대학의 의식과 문화는 학내의 다양하게 생각하는 힘 그리고 학문적 성과와 비례하고 있다. 사실 대학의 품격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봉사 스토리는 어떤 의식과 문화가 대학을 주도하느냐에 달려있는다.

인류의 문명사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다양한 힘은 창의적 문화와 과학을 창조했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는 애플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다. Think different Story ! 더 다른, 혁신 DNA를 지닌 파격적인 스토리를 준비하라.

따라서 다양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의식과 문화가 확장되도록 절차탁마라는 인고의 시간을 갖고 고품격의 스토리를 성숙시킨다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대학에 희망의 기회를 창출한 것으로 확신한다.

-고품격 스토리는 덕성과 진심 어린 열정에 의해 성숙한다.

오늘날 사실에 진실을 담거나 상상력에 진심 어린 열정을 쏟아 부어 얻은 스토리 콘텐츠는 다양한 형태의 공감을 이뤄내고 있다.

결함이 없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덕성과 진심이 있다면 용서받고 배려 받을 수 있다.

덕성이란 겸손과 절제, 용서와 사랑을 통하여 공감을 이뤄가는 중요한 덕목이다. 외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삶과 내적 성숙에 목표를 두는 삶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류의 문명사에 이바지한 위대한 영혼들의 대부분은 덕성의 성숙과 성장을 통한 분들이다.

결함이 없는 대학은 없다. 그러나 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덕성을 성숙시키고 진심 어린 열정으로 임한다면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고품격 스토리는 Plan-Do-See-Feedback 의 통찰적 디자인에 의해 창출된다.

스토리를 디자인할 때 고객의 감성을 잘 분석하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통찰력은 편견에 방해 받지 않는 자유로움에 의해 생긴다.

자유로운 통찰력이 있어야 만이 기득권의 경계를 넘어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품격 있는 스토리를 기획할 수 있다(Plan). 실천(Do)에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집중력은 행동하는 자의 의지가 중요하며 무엇보다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갖고 몰입해야 한다. 평가(See) 는 계획과 실천에 따른 결과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 따라 선순환을 위한 Feedback을 반영해야 한다.

오늘날 대학 사회에 상존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Feedback을 동반한 문제해결 역량이 지속가능하게 작동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대학은 고품격의 스토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과거의 다양한 국책교육 프로젝트에 선순환적 Feedback 역량으로 대응해 문제해결에 성심을 다했던 대학이 광주권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선정된 글로컬 대학이 사회적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고품격의 스토리를 생산할 수 있는 혁신DNA를 지닌 생태계를 구축해 세상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광주 한류(Gwangju Korea Wave) 브랜드를 만들어 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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