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4일 사람만 통행할 수 있는 1.32㎞에 달하는 우도 연륙 인도교가 준공됐다.

남파랑길 75코스가 시작되는 남양면소재지에 도착했다. 최근 개통된 우도 레인보우교 안내 표지판이 우리를 우도 방향으로 인도한다. 산자락에 좁게 형성된 논에는 모내기를 마친 어린 벼들이 제법 푸르러졌다. 푸른 논 앞쪽으로 득량만이 다가온다. 해변에 도착하자 갯벌이 드넓게 모습을 드러낸다. 넓은 갯벌 뒤로 고흥반도에 솟은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득량만에 떠 있는 두 개의 유인도 중 득량도가 큰 섬이라면 우도는 작은 섬이다. 우도는 썰물 때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그동안은 바닷길이 열릴 때만 나타나는 1.2㎞에 이르는 노둣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었다.

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득량만에 떠 있는 두 개의 유인도 중 득량도가 큰 섬이라면 우도는 작은 섬이다. 우도는 썰물 때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그동안은 바닷길이 열릴 때만 나타나는 1.2㎞에 이르는 노둣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4월24일 사람만 통행할 수 있는 1.32㎞에 달하는 우도 연륙 인도교가 준공됐다. 우도 연륙 인도교는 희망과 행운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난간과 바닥에 무지개 색을 칠해 바다경관과 어울리게 했다. 무지개 색을 띠고 있어 다리 이름도 ‘우도 레인보우교’다.

우도 북쪽에는 서로 비슷한 크기의 작은 무인도 상구룡도, 중구룡도, 하구룡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섬 뒤로 고흥반도 북쪽 대서면 산줄기들이 에워싸고 있다.

레인보우교 옆에는 콘크리트 노둣길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도 차량은 썰물 때 노둣길로 통행한다. 한번 물이 빠지면 바닷길이 6시간 정도 열린다. 우도 북쪽에는 서로 비슷한 크기의 작은 무인도 상구룡도, 중구룡도, 하구룡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섬 뒤로 고흥반도 북쪽 대서면 산줄기들이 에워싸고 있다. 우도 뒤편에서는 보성 오봉산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고흥반도에서 우도는 물론 상구룡도, 중구룡도, 하구룡도에 이르는 바다가 갯벌로 변한다. 해변에는 갈대가 푸르게 잎을 내밀어 검은 갯벌과 어울린다. 해변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우도 뒤편에 숨어있던 각도섬이 모습을 드러내준다. 우도와 각도섬 사이도 썰물 때는 물이 빠져 사람이 드나들 수 있다.

우도 입구를 지나자 중산마을이 득량만을 바라보며 둥지를 틀었다. 마을 주변에는 농지도 제법 있어 주민들은 농사와 갯벌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모내기를 기다리며 써레질까지 마친 논에는 마을의 지붕들이 울긋불긋 반영을 만들었다. 마늘을 수확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농로를 따라 걷다가 마을길을 따라 걷기도 한다. 마을길을 걷거나 논길, 밭길을 따라 걷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농부의 마음이 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시골마을과 농토를 바라볼 때면 내 고향처럼 정답다. 다시 해변으로 나가니 우도와 상구룡도, 중구룡도, 하구룡도 근처까지 갯벌이 완전히 드러나 있다. 길가에는 유난히 찔레꽃이 많이 피어있다. 진한 찔레꽃 향기가 보릿고개가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고흥군 남양면을 지나 어느덧 대서면에 접어들었다. 고흥반도가 남양면을 지날 때 육지의 폭이 가장 좁다. 고흥반도의 목을 이루고 있는 남양면 북쪽에는 동쪽에 동강면, 서쪽에 대서면이 자리한다.

길은 득량만을 등지고 농로를 따라 내륙으로 향한다. 길 아래로 모내기를 마쳤거나 기다리는 논이 정답게 바라보이고, 야산 사이로 득량만이 고개를 내민다. 구릉지는 밭을 이루고, 평지에는 논이 자리했다. 밭에는 고추모종을 심어놓은 곳도 있고, 수확을 앞둔 마늘밭도 종종 눈에 띈다. 모내기하랴 고구마 심으랴 마늘 수확하랴 농민들은 바쁘다.

여러 마을을 지나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우도와 상·중·하구룡도가 눈앞에 다가온다. 남양면 쪽에서는 이 섬들을 서쪽에서 바라보았는데, 대서면에서는 동쪽으로 바라보인다. 갯벌에서는 비릿한 갯냄새가 풍겨온다.

밀물 때가 되면서 바닷물이 갯벌의 면적을 줄여가고 있다. 갯벌이 바다이고, 바다 역시 갯벌과 다름이 아니다. 바닷물이 차면 바다가 되고,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된다.

길은 해변 구릉지 임도를 따라 걷다가 방파제 둑길을 걷기를 반복한다. 농경지와 갯벌을 교대로 만나면서 ‘반농반어’ 생활을 하는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도 접한다. 갯벌에 뿌리를 내린 푸른 갈대숲을 바라보며 갯벌과 갈대가 둘이 아님을 확인한다. 갈대는 갯벌에 의지하면서도 민물과의 사이에서 갯벌을 보호한다. 밀물 때가 되면서 바닷물이 갯벌의 면적을 줄여가고 있다. 갯벌이 바다이고, 바다 역시 갯벌과 다름이 아니다. 바닷물이 차면 바다가 되고,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이 된다. 둘이면서 둘이 아닌 것. 모든 현상의 이치가 그러하리라.

해변에서 다시 구릉지 낮은 고개를 넘자 장사마을과 모내기를 끝낸 푸른 논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마을 남쪽에는 길쭉한 모래사장을 낀 해변이 타원을 그리고 있다.

긴 백사장을 소나무 숲이 감싸고 있다. 긴 모래밭을 끼고 있는 마을이라서 장사(長沙)마을이다. 장사마을 모래해변에서는 득량만을 사이에 두고 두원면 대전리의 산줄기가 가깝게 바라보인다.

장사마을 해변을 따라 걷다가 언덕을 넘으니 발아래로 송림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송림마을은 인근에서는 가장 큰 마을이다. 마을 뒷산에 소나무가 울창하여 송림(松林)마을이라 했다는데, 지금은 울창한 소나무 숲 대신 넓은 밭을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인근의 세곡과 특산물 등을 보관하였던 창고가 있어 포두면 해창과 함께 흥양2창3고(興陽2倉3庫)의 하나로 송림창(松林倉) 또는 사창(社倉)이라 불렸다.

마을 북쪽으로는 송림방조제공사로 생긴 넓은 들판이 자리하고, 남쪽에는 득량만이 잔잔하다. 조선시대에는 인근의 세곡과 특산물 등을 보관하였던 창고가 있어 포두면 해창과 함께 흥양2창3고(興陽2倉3庫)의 하나로 송림창(松林倉) 또는 사창(社倉)이라 불렸다. 흥양은 고흥의 옛 이름이다.

마을 뒤편 구릉지를 지나는데 남파랑길 75코스 종점인 수문동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득량만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득량도가 멀리서 듬직하게 다가온다. 득량도 앞쪽에는 여러 척의 배들이 바다에 떠있다. 해변으로 내려서니 많은 배들이 정박돼 있다. 이곳 송림선착장에는 고흥군수협송림위판소도 있었다.

길옆에는 커다란 왕새우양식장도 있다. 고흥반도 해변 곳곳에는 왕새우양식장이 많다. 야산자락 농로를 따라가다가 임도로 접어드니 전남도 제27호 민간정원 우림원이 자리하고 있다. 2만5천여 평의 방치된 야산을 20년 가까이 다듬고 가꿔 지금과 같은 예쁜 정원을 만들었다. 1만여 그루의 소나무마다 자연수형의 조형미와 예술미가 가미됐고, 황칠나무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신기마을 남쪽 언덕을 넘어 마지막 해변길을 걷는다. 어느새 바닷물이 완전히 갯벌을 덮었다. 동쪽에서 조금 전 만났던 송림포구와 송림방조제가 가깝게 다가온다. 해변 제방을 따라 걸으니 바로 앞이 수문동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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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남파랑길 75코스는 고흥군 남양면에서 대서면까지의 해변을 따라 걷는 길로, 고흥 땅만 걷는 남파랑길 중에서는 마지막 구간이다. 우도를 비롯한 득량만 안쪽에 떠있는 작은 섬과 드넓은 갯벌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코스 : 남양버스정류장→우도 입구→중산마을→동편삼거리→남양마을→신촌마을→송림방조제→신기마을→신기수문동버스정류장
※거리, 소요시간 : 21㎞, 6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남양버스정류장(전남 고흥군 남양면 고흥로 3598)
<장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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