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열 조선대 명예교수·광주유학대학 학장

중앙로에서 광주천을 지나 광주공원 근처에 이르면 아름다운 정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희경루(喜慶樓)이다.

작년 9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중건식을 가진 희경루는 가히 그 규모와 위용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평양의 부벽루(浮碧樓)와 함께 우리나라의 4대 정자라 할 만하다. 근처에 있는 광주향교를 일터로 삼고 있는 필자는 점심 후 근처를 산책하면서, 때로는 구경삼아 그곳에 들러 보기도 한다.

때때로 누각에는 엄마의 손에 끌려 온 어린이들이 뛰어 놀기도 하고,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 또한 좋은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에서는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적지 않는 돈을 들여 광주의 새로운 상징으로 삼겠다는 웅대한 포부로 중건한 희경루가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이처럼 소풍삼아 나온 시민들의 휴식터로서만 쓰여서야 되겠는가.

지난 6월28일 광주향교와 광주유학대학에서 주최·주관하는 제2회 광주고을 향시(鄕試) 재현 행사가 향교의 유림회관에서 개최됐다.

당초에는 희경루 중건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희경루에서 개최하려 했고, 한시(漢詩)의 시제(試題)도 ‘경축 희경루 중건’으로 했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편함과 제약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돼 결국 행사는 향교의 유림회관으로 변경돼 치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천을 굽어보는 적당한 높이에 위치한 희경루는 광주의 명소임에는 틀림없고, 그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시민 모두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관부서에서 희경루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의 제고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희경루를 관리하는 문화담당 부서에서 희경루가 단순히 대외 전시용공간이 아니라, 문화를 생산하고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를 생산하고 시민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이를 위한 행·재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희경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공간을 대여하는 수준을 벗어나 희경루에서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경우에는 행·재정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무등산과 광주천을 바라보는 웅장한 희경루에서 이뤄지는 ‘작은음악회’와 ‘전통춤공연’은 상상만 해보아도 흥분되는 일이 아닌가. 여기에 더해 근처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전통차 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도 밖으로는 ‘문화수도 광주’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시책을 펴는데는 소홀해온 느낌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돼 당국에서 좀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름아닌 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전개하는데 있어서 ‘관주도형 제도’를 ‘시민주도형제도’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시민의 참여가 강조돼 가는 현실 속에서 모든 문화사업을 ‘문화재단’에서 주도하는 것은 시대의 추세에 부합되지 않는 일이다.

오히려 지난날처럼 위원회제도로 변경하고, 문화관련 시민단체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희경루만 하더라도 시설관리는 문화재단 산하의 전통문화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시설관리가 아닌 활용도 제고를 위한 문화생산 작업과 시민들의 참여를 지원하는 업무는 어디에서 담당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수출이 꾸준히 증대되고 있는 것은 K-팝, K-푸드 등 K-컬쳐의 눈부신 활약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많은 부분에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여타의 지방도시에 뒤처지고 있다는 자조(自嘲)가 없지 않는 상황에서 기왕에 중건된 희경루를 활용한 문화진흥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다.

끝으로 희경루의 활용도 제고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근에 위치한 광주향교와의 연계성이 강화돼야 하며, 향교 일대가 유교문화지구로 확대·정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정자문화는 결국 선비문화와 직결되고, 선비문화는 유교문화와 떼어서 이야기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유의 전통문화 진흥이 결국 국가발전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성균관·향교·서원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각 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시책들이 발굴·추진되고 있는 점을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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