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에서 길게 이어지는 고흥반도는 득량만의 그림을 다채롭게 해준다. 득량만에 떠 있는 여러 척의 배들은 풍경화의 화룡점정이다.

장마철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연일 비가 내리다가도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비소식이 없는 날도 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니 남한지역에서도 비가 내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비가 내리지 않는 곳도 있다. 오늘은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간 틈을 타서 남쪽으로 향했다.

남파랑길 77코스는 요트교육과 요트체험을 할 수 있는 보성비봉마리나 건물 앞에서 시작된다. 비봉마리나 건물 앞에는 비봉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다. 해변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서 77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모래와 자갈이 섞여있는 해변은 타원형을 그리며 이어지고, 앞으로는 득량만이 푸르게 펼쳐진다. 득량만에는 요트들이 곳곳에 떠있고, 득량만 뒤로 고흥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줄기가 하늘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득량만과 고흥반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간대라 갯벌이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지만 썰물 때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조금 드러난 갯벌에서 마을주민 한 분이 조개를 캐고 있다. 이곳 선소마을 앞바다는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이 있고, 갯벌에서는 꼬막 바지락 낙지 등이 서식한다. 가을철에는 득량만에서 전어도 많이 잡힌다.

선소해변에서는 어촌체험을 할 수 있다. 선소어촌체험마을에서는 꼬막, 피조개, 바지락 등을 직접 채취하는 현장체험을 한다. 선소어촌체험장에서 도로로 올라 득량만을 내려다보면서 걷는다. 남파랑길은 선소어촌체험장 입구에서 시작해 연동마을까지 2차선 도로를 따라서 걷게 된다. 해변에 자리한 마을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병사들을 주둔시켜 훈련하고, 무기와 군량을 모으고 병선을 만들었다고 해 ‘선소(船所)마을’이라 불렀다.

비봉리 선소마을은 보존사태가 양호한 공룡알과 공룡알둥지 화석지이기도 하다.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층으로 3㎞에 이르는 해안에서 10여 개의 둥지와 직경 9-15㎝, 공룡알 100여개가 관찰됐다. 5-6종의 초식공룡 집단산란지로 추정된다. 비봉리 공룡알 화석지는 천연기념물 제418호로 지정됐고, 백악기시대 공룡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길은 어느덧 득량면을 넘어 회천면으로 접어들었다. 회천면 땅을 밟자마자 객산리 청포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해변에 자리하고 있는 청포마을은 마을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차 있다.

길은 바다를 등지고 내륙에 자리한 객산마을로 향한다. 객산마을 옆에 마을을 듬직하게 지키고 있는 거대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바위는 크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객산마을 앞을 지나 낮은 고개를 넘어서자 필봉에 가려있었던 득량만이 드넓게 펼쳐진다. 남쪽 득량만에는 득량도가 우뚝 솟아 득량만의 수문장 역할을 해주고 있다. 득량만이라는 이름도 득량도에서 비롯됐다. 해변의 녹색 밭과 잔잔한 득량만 바닷물이 평화롭다. 연동마을에 가까워지자 율포해수욕장 방향으로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해변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해변 갯벌 위에는 갈대들이 무성히 자라 바다와 완충역할을 해준다. 고흥반도와 득량도, 보성의 산줄기에 둘러싸인 득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연동마을 앞을 지나 서당방조제길로 들어선다. 지금은 만조 때라서 방조제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있지만 썰물 때는 갯벌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해변 갯벌 위에는 갈대들이 무성히 자라 바다와 완충역할을 해준다. 득량만은 한가운데에 득량도가 있어 외롭지 않다.

바닷물은 잔잔하게 밀려오면서 끊임없이 물결을 만들어낸다. 조금 남아있는 갯벌 위에서는 갈매기들이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바닷물은 잔잔하게 밀려오면서 끊임없이 물결을 만들어낸다. 조금 남아있는 갯벌 위에서는 갈매기들이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다. 방조제 안쪽으로 벼가 푸르게 자라고 있는 논과 득량만을 바라보며 자리한 마을들이 자리하고 있다.

서당방조제부터 시작하여 율포해변까지는 발아래 갯벌이 있는 바다를 두고 걷게 된다. 중간 중간 걷다가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마련돼 있다. 쉼터에 앉아 있으니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고흥반도와 득량도, 보성의 산줄기에 둘러싸인 득량만은 거대한 호수 같다. 내륙 안쪽으로 깊숙이 만입돼 바다는 잔잔하다.

해변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조금 전 지나왔던 마을과 산들이 정답게 바라보인다. 산과 바다는 수직과 수평을 이루면서 조화를 이뤘다. 산이 있어 바다는 평온해졌고, 바다가 있어 산은 넉넉해졌다. 산과 바다가 만든 풍경화에 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서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종종 갯벌위에 자리한 커다란 돌무지가 푸른 갈대와 함께 바다와 행복하게 어울린다. 갈대가 없는 해변에는 타원형을 그리며 모래밭을 이뤘다. 해변은 비슷해 보이지만 걸을 때마다 만나는 풍경은 조금씩 다르다. 모래밭에 있는 둥글둥글한 돌들은 들락날락하는 바닷물과 숨바꼭질을 한다.

방조제길을 걷다보면 해변마을을 만나기도 한다. 마을은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 삼았다. 마을포구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돼 있고, 포구를 둘러싼 마을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방조제길을 걷다보면 해변마을을 만나기도 한다. 마을은 야트막한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 삼았다. 마을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물이 빠지면 드넓은 갯벌이 된다. 내륙으로 만입된 바다에 방파제를 막아 포구를 만들었다. 마을포구에는 작은 배들이 정박돼 있고, 포구를 둘러싼 마을은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폭이 넓지는 않지만 모래밭이 길쭉하게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밭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율포해수욕장에 가려있지만 소박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서서 보면 득량만에 떠 있는 득량도가 손짓하고, 바다 건너에서 길게 이어지는 고흥반도는 득량만의 그림을 다채롭게 해준다. 득량만에 떠 있는 여러 척의 배들은 풍경화의 화룡점정이다.

율포해수욕장에 도착하기 전 우암선착장을 만난다. 율포솔밭해변을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우암선착장이, 서쪽에는 율포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다. 우암선착장은 제법 큰 포구다. 많은 배들이 정박돼 있고, 방파제로 형성된 포구의 면적도 넓다.

우암선착장을 지나자 율포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고운 모래와 부드러운 해안선, 푸른 솔숲이 아우러진 율포솔밭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1.2㎞에 달한다.

고운 모래와 부드러운 해안선, 푸른 솔숲이 아우러진 율포솔밭해변은 백사장 길이가 1.2㎞에 달한다. 해수욕장 앞으로 득량만이 잔잔하게 펼쳐져 가슴이 시원해진다.

바다 건너에서는 고흥반도가 길게 이어지고, 율포해변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해변의 산봉우리들이 득량만을 감싸고 있어 바다는 안온하다.

율포해수욕장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득량도는 득량만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상징물 같다. 해변에 설치된 하트‘♡’ 모양의 조각품 안으로 득량도가 들어온다.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득량도는 득량만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상징물 같다. 해변에 설치된 하트‘♡’ 모양의 조각품 안으로 득량도가 들어온다. 천천히 율포해변 백사장을 걷고 있으니 파도가 말을 걸어온다. 바다가 건네주는 목소리가 내 가슴을 평온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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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남파랑길 77코스는 보성군 득량면과 회천면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공룡알화석지를 출발해 득량만과 고흥반도가 펼치는 풍경화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아름다운 율포솔밭해변에 닿게 된다.

※코스 : 비봉공룡공원 입구→선소마을→객산마을→연동마을→금광마을→율포솔밭해변
※거리, 소요시간 : 15.2㎞, 5시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비봉공룡공원 입구(전남 보성군 득량면 공룡로 822-67)

<장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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