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2(토)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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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CC에 자주 가는 편이다. 공연을 보거나 전시를 보고 도서관에도 가기 위해서다. 공연과 전시의 수준도 높고 도서관은 조용하고 편안하고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갈 때마다 참 좋은 시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문화복합공간이 광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뿌듯하다. 지난 달까지 전시했던 융 복합 콘텐츠전 ‘디어 바바뇨냐-해항 도시 속 혼합문화’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실, ACC는 광주의 자랑거리이다. 20여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거대 문화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그 방향과 취지는 정말 장대했었다. 문화발전소로서 미래의 발전 동력이 되는 중추적 문화시설을 만들자고 의욕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졌고 개관 후에도 국가적 관심 영역에서 밀려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광주사람들조차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건축가 유원준 교수가 가장 이상적인 건축물로 ACC를 꼽았을 때 나도 깜짝 놀랐다. ACC가 그런 건축물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졌었다. 하지만 순간 다시 생각하면서 ‘아하, 이곳이 대단한 시설이구나…’ 라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ACC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가 기대하는 ‘문화의 전당’이 되었을까.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문화의 전당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면 틀린 답은 아니다. 얼마 전 ‘ACC&아시아문화중심도시 발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관련 세미나와 포럼, 토론회는 잊을 만 하면 열리곤 한다. 그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광주와 상관없이 작동하고 있는 ACC에 대한 불만이 터트려지곤 한다. 이번에도 강도가 약했을 뿐 비슷한 멘트가 나왔다. 아예 대놓고 ACC가 광주의 ‘섬’이라고 일갈하는 이들도 있다. 광주에 소재하면서도 광주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ACC에 대한 항의성 발언일거다.
그러나 알아야 할 게 있다. 섬이라는 말은 꼭 비판의 목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섬이 아니기를 바라는 애정어린 관심에서 나온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 ACC를 지렛대 삼아 얽히고설키면서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됐으면 하는 희망에서 나온 말인 것이다. 최근 문화전당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나처럼 공연과 전시 그리고 다채로운 문화행사 참관을 위해 ACC를 자주 방문하는 이들 사이에서 전당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는 걸 느낀다는 말이 커지고 있다. 너무 반가운 움직임이다. 그동안 광주시민이 ACC에 무관심했던 측면이 있다. ACC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ACC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광주시민도 달라져야 한다. 또한, ACC 역시 국립시설이라고 하여 지역민의 희망사항과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ACC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귀 기울이고 들어주면 좋겠다.
여전히 ACC는 광주의 꿈이다. 광주는 경제를 통해 문화를 일구는 방식이 아니라 문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선택했다. 그 산실이 ACC다. 20여년 전 우리는 “문화가 밥이 되는 세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뤄져 그런 세상이 오긴 했다. 단지 광주에서 문화가 밥이 되는 실체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내년이면 ACC 개관 10년이다. 이제 광주에서 문화가 밥이 되는 세상을 열어보자. ACC를 지렛대 삼아서 말이다. 문화전당은 광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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