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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0시 광주 서구청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8면 중 3면에 차량이 세워져 있었지만, ‘임산부 스티커’는 볼 수 없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임을 증명하는 ‘장애인 주차 스티커’와 달리 ‘임산부 스티커’는 법적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 5개 자치구 등 행정기관에서 임산부의 주차 편의를 위해 발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 5개 자치구는 ‘임산부 예우 및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설치·운영 조례’에 따라 관내 공공기관 등에 전용 주차구역을 조성하고 있다.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일반 구역 대신 조금이라도 폭이 넓은 곳에 차를 두라는 ‘배려 차원’에서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배려가 무색하게 실생활에서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비슷한 시간 광주 남구청 지하주차장 내 임산부 주차구역에 세워진 차량 3대에도 ‘임산부 스티커’는 부착돼 있지 않았다.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는 임산부가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일반 차량이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게 공직사회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솔직한’ 입장이다.
남구청 한 공직자는 “주차 공간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민원인은 물론, 직원들도 일반 구역에 자리가 없으면 임산부 전용 구역에 차를 대곤 한다”며 “장애인 주차구역과 달리 임산부 전용 구역은 강제성이 없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민 유모(45)씨는 “임산부 전용 구역이 만들어진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공간이 비어 있으면 주차를 하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전용 구역’에 대한 임산부들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임신 7개월째인 김모(33)씨는 “일반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면 내릴 때와 다시 탈 때 부른 배로 인해 어려움이 커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이용하려 하지만, 실제 주차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라며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임산부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상황은 현행법 상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를 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고 ‘이동 권고’만 가능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동 권고마저도 쉽지 않다는 게 자치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임산부 스티커’ 미부착 차량 또는 전용 구역 일반 차량 주차 등의 민원이 들어오긴 하나,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시피 하다”며 “이동 조치를 위해 연락을 해도 되려 항의하는 사람들도 많아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미리내 광주여성민우회 다솜누리 원장은 “법 개정을 통한 과태료 등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또다른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시민들의 의식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회 구성원 간 합의가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행정기관에서 홍보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주성학 기자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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