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2(토)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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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무안공항, 민간 군공항 통합이전으로 서남권 대표 관문이 됩니다” “무안 통합 공항은 광주 전남이 윈윈하는 기회입니다!” “이전소음대책 토론회, 무안군 내 최적의 장소 공개” “이전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지원금 1조원+α” 등은 광주 시내버스에 부착된 TV 모니터에 나오는 내용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을 놓고 광주와 무안이 보여주는 시각 차이는 또 있다.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열린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3자 회동 결과다. 광주매일신문은 7월31일자 1면 톱으로 “6년 만의 만남…광주 군공항 이전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썼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안군수는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광주시장도 민간공항 선(先) 이전을 포함한 특단의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극명한 차이만 보여준 ‘빈손’ 회동이었다.
군공항은 비선호 시설이다.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소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 입지를 반대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주민 행위다. 지난달 3자 회동에서 무안군수가 밝힌 “군공항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아 어떤 경우에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은 합당하다. 반대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어떤 지자체장이 군공항을 선뜻 받겠는가.
군공항을 무안으로 보내려면 해당 지역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오랫동안 은근하게 공을 들여 무안 주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광주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달에 무안군, 광주시, 전남도가 6년 만에 만났으면, 작은 결실이라도 공유하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 회동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원초적으로 광주시가 ‘공동체 신뢰’를 훼손한 결과라고 본다.
공동체 신뢰는 정책효과를 담보한다는 견해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퍼트넘은 공동체에서 신뢰와 연결망이 탄탄할 때 사회적 자본이 축적돼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사회학회장과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콜만은 공동체에서 신뢰가 높으면 거래 비용을 감소시키고 정보와 소통을 원활히 해 지역정책 효과를 높인다고 말했다. 퍼트넘과 콜만이 주장한 공동체의 신뢰란 쉽게 말해 이웃 간 ‘정(情)’의 학술적 개념이다.
공항 문제와 관련해 광주와 무안은 신뢰를 쌓을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무안국제공항이 준공한 2007년 11월이었다. 하지만 광주시는 개항 당시 민간공항(국제선, 국내선) 이전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광주시는 광주-무안 고속도로 미개통을 이유로 국제선을 보내지 않다가 1년 후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보냈다. 국내선(광주-제주, 광주-서울)도 같이 마땅히 보내야 했지만 KTX 개통(2015년) 후로 미뤘고, 아예 보내지 않고 지금까지 갖고 있다. 그 결과 무안공항은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했다. 광주시는 약속을 파기해 공동체 신뢰를 무너뜨렸다.
공동체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도 있었다. 2020년 8월 광주시장, 전남지사, 무안군수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서’에 서명할 때다.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 국내선을 무안으로 통합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지역사회는 이 시장의 통 큰 결단에 환호했다. 하지만 ‘민간공항 무안 이전은 향후 군공항 이전 부지 합의 후로 유보하라’는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 정책권고로 2020년 11월 폐기됐다. 광주 이기주의와 약속 파기는 무안 사람들 감정선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금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광주와 무안 간 갈등은 공동체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렸던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3자 회동이 이를 웅변한다. 필자는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공동체 신뢰’를 복원하고 돈독하게 하는 일이다.
굉음을 내는 비행기가 밤낮으로 자기들 집과 축사 위로 날아다니는 것을 어떤 사람이 좋아할까. 군공항 주변 광산구와 서구 사람들이 싫으면 무안 사람들도 싫은 법이다. 군공항 이전 논의는 이성이 아닌 감성의 눈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출발은 공동체의 신뢰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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