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도는 충청도 내륙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군사요충지였다.

드넓은 들판이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잔잔한 황금물결 뒤로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들판 가운데 자리한 농촌마을의 울긋불긋한 지붕들이 황금바다에 핀 꽃송이 같다. 아침안개가 살포시 뒤덮여 몽환적 풍경까지 연출한다. 차창에 그려진 가을풍경화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대천항 근처에서 보령해저터널로 진입한다.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잇는 해저터널은 길이 6천927m로, 2019년 12월1일 개통됐다. 순수 해저구간만 5.2㎞에 이른다. 해저터널을 빠져나오니 오늘의 목적지 원산도다. 옛날 같으면 대천항에서 하루 몇 차례 밖에 다니지 않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던 섬이다. 원산도는 충청남도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오늘 우리는 원산도에서 가장 높은 오로봉(116m)에 올랐다가 코끼리바위로 내려간 후 해변을 따라 걸을 예정이다. 하나로마트 오천농협 원산도지점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해 두고 오로봉 초입인 진말마을로 향한다. 갈림길 마다 오로봉(봉수대)으로 가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해변에는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오로봉 초입 해변마을인 진말마을에 도착했다. 원산도는 충청도 내륙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군사요충지였다. 또한 원산도는 전라도·경상도·충청도 금강 일대에서 거둔 세곡을 서울로 수송할 때 조운선이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지역이었다.

진말마을 뒤쪽 산길로 들어선다. 뒤돌아보면 발 아래로 여러 해변마을과 갯벌이 정겹게 펼쳐진다. 능선에 올라서자 원산도 북서쪽에 자리한 초전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초전항 주변은 썰물 때라 갯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능선길을 따라 오로봉으로 향한다. 오로봉에 도착하니 팔각정자와 봉수대가 기다리고 있다. 오로봉은 해발 116m에 불과하지만 원산도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오로봉에는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봉수대가 있다.

오로봉에서 보면 푸른 바다위에 하얀색 교각을 한 원산안면대교가 원산도와 안면도를 연결하고 있다. 안면도와 서산 보령 사이를 깊숙하게 파고든 천수만도 바라보인다.

오로봉 봉수대에 서서 바다와 섬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든다. 북쪽에서 안면도가 이웃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원산도와 안면도는 1.7㎞ 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푸른 바다위에 하얀색 교각을 한 원산안면대교가 원산도와 안면도를 연결하고 있다. 안면도와 서산 보령 사이를 깊숙하게 파고든 천수만도 바라보인다.

북서쪽 바다에는 고대도, 장고도가 안면도를 바라보며 떠 있다.

원산도나 고대도, 장고도 같은 섬들은 행정구역상으로는 보령시에 속하지만 오히려 태안군 안면도에 가깝다. 남서쪽 바다에서 삽시도가 손짓하고, 삽시도 뒤로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다. 산 아래에는 오봉산해수욕장 백사장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이곳 오로봉에 오르면 멀리 대천항 뒤쪽 산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 원산도는 이곳 오로봉에서 증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만 고도 100m가 넘을 뿐 대부분의 땅이 50m 내외의 구릉지와 평지를 이루고 있다. 만입부가 많은 북쪽해안 일부는 간척이 돼 농경지로 이용된다.

오로봉을 출발해 코끼리바위를 만나러간다. 하늘높이 솟은 소나무들이 고즈넉한 오솔길을 만들었다. 해변으로 내려서니 조그마한 모래밭과 바위지대가 숨어있다.

원산도 코끼리바위. 코끼리바위는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먼 옛날에는 절벽을 이룬 해안바위였다가 억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바닷물과 빗물에 의해 침식작용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구멍 뚫린 모양이 됐다.

썰물 때가 아니면 이곳은 바닷물로 채워진다. 해변에서 오른쪽을 바라보니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코끼리바위가 바라보인다. 코끼리바위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오른쪽 해안바위를 넘어가야한다. 반대편에서 바라본 구멍 뚫린 바위는 코끼리의 코를 닮았다. 코끼리가 코를 길게 내려놓아 가운데에 둥그런 공간이 만들어졌다.

코끼리바위는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먼 옛날에는 절벽을 이룬 해안바위였다가 억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바닷물과 빗물에 의해 침식작용이 일어나 지금과 같은 구멍 뚫린 모양이 됐을 것이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들은 파도에 씻겨 주먹만 한 몽돌이 됐고, 몽돌들은 더 오랜 시간을 거쳐 모래가 됐다.

코끼리바위에서는 암벽과 해식동굴, 몽돌, 모래 같은 자연의 변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물이 차면 사람들의 접근을 못하게 했다가 썰물 때가 돼야 모습을 드러내주는 현상도 코끼리바위의 가치를 높여준다. 코끼리바위 앞쪽에는 삽시도가 넓은 바다에 떠 있다. 코끼리바위는 삽시도를 바라보며 만나지 못하는 섬을 그리워한다.

코끼리바위를 등 뒤에 두고 오봉산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썰물 때가 아니면 코끼리바위 주변은 물론 오봉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변도 걸을 수 없다. 바위지대를 넘어갈 때는 불편하기는 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코끼리바위에서 두 구비를 돌아가자 오봉산해수욕장과 방조제가 바라보인다.

방조제에 올라서자 오봉산해수욕장이 넓게 펼쳐진다. 오봉산과 안산 사이에서 타원형을 이루고 있는 해수욕장은 폭 150m, 길이 1㎞에 이른다. 백사장은 경사도 완만하고 바닷물이 맑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백사장 안쪽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봉산해수욕장은 원산도의 여러 해수욕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해변이다. 물이 빠져있는 상태라 백사장은 최고로 넓어진 상태다. 여름철이 아닌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을 거닐거나 방조제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결이 고운 모래는 가늘고 단단하여 걷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밀려오는 파도가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스며든다.

오봉산해수욕장을 지나 안산해변을 돌아간다.

안산해변은 오봉산해변보다도 해안바위들이 거칠고 걷기에도 불편하다. 약간 신경을 쓰면서 걸으니 오히려 바위를 넘고 넘어가는 길이 재미있다. 바위 사이사이로 파고들었다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안산해변을 돌아가니 사창해수욕장과 구치해수욕장이 연달아 이어진다. 이렇게 원산도 남쪽해변에는 오봉산해수욕장, 사창해수욕장, 구치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이 차례로 이어진다. 백사장을 걸으며 파도와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드넓은 바다가 나를 살포시 껴안아준다. 잔잔한 바다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느껴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무념무상에 빠진다. 어느새 ‘나’라는 존재마저 잊어버린다.

해변은 백사장을 걷다가 바위지대를 지나기도 한다. 바위 사이사이로 파고들었다 빠져나가는 바닷물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원산도 남쪽해변에는 오봉산해수욕장, 사창해수욕장, 구치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이 차례로 이어진다. 백사장을 걸으며 파도와 말없는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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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
▶원산도는 안면도에서 1.7㎞ 떨어져있고, 대천항에서 보령해저터널을 지나면 만나는 섬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오로봉에 오르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남서해변에는 코끼리 코를 닮은 코끼리바위가 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해수욕장은 바닷물이 맑고 백사장의 결이 곱다.
▶코스 : 하나로마트 오천농협 원산도지점→진말마을→오로봉→중봉산→코끼리바위→오봉산해수욕장→사창해수욕장→구치해수욕장→하나로마트 오천농협 원산도지점
※코끼리바위와 남쪽해변을 따라 걷는 코스는 썰물 때에만 출입이 가능하다.
※거리, 소요시간 : 7.5㎞,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하나로마트 오천농협 원산도지점(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3길 66)

<장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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