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일명 ‘가스라이팅 살해’ 범행을 저질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가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하면서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광주고법 형사2부(이의영 고법판사)는 12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32)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여수시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서 A(31)씨와 B(30)씨를 차량에 한 달가량 가둔 뒤 서로를 폭행하게 해 A씨가 숨지고 B씨가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변호사 사무장 행세를 한 이씨는 민사사건 처리 비용이 발생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인 뒤 이들에게 돈을 갚으라며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차량에 가두고 서로 폭행을 가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실체 없는 분쟁과 비용 부담 등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려 숨지거나 크게 다치게 했다”며 강도살인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피고인과 검찰의 쌍방항소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이씨는 “피해자 중 1명에 대해 가스라이팅 범행을 한 사실이 없다”며 “피해자의 법률 비용을 두고 다툼이 있었다는 공소사실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일부 혐의도 유죄이고, 전자장치 부착 명령 기각도 다시 판단을 구한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이씨 변호인이 요청한 증인 신문의 필요성을 따져본 후 다음 달 3일 재판을 재개할 방침이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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