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연대 프로젝트 ‘같이 뜨개더’

박은태作 ‘노동산수도1’

박태규作 ‘불꽃202411’

‘노동의 위기와 위험, 예술에 담다.’

광주와 울산 미술인들이 노동을 예술로 사유한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펼쳐낸다.

광주민족미술인협회는 다음달 20일까지 소촌아트팩토리에서 울산민족미술인협회와 함께 특별전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정신이 지향하는 공동체 정신과 대동세상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더하는 교류전으로, 영호남 작가 26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활동 중인 민족미술작가 39명(팀)이 함께한다.

전시 주제인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은 본래 의미뿐만 아니라 현실과 다른 역설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해야만 하는 노동은 사회구조로 인해 위험에 내몰렸다. 미술이 위험하다는 것은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사회문제를 직시하는 창작을 위험하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전시 주요 작품인 박은태 작가의 ‘노동산수도1’는 안전모를 쓴 한 남성 노동자가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동자의 발밑으로부터 개울, 바위를 타고 여러 가닥의 전선이 지나고 있다. 익숙한 휴식 풍경이 위험한 사고 직전의 상황이 된 것. 여전히 위험한 노동 현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구의 ‘같이 뜨개더 프로젝트’는 2년째 옵티컬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과 루치아, 최지혜, 김미련 작가가 함께 뜨개질로 연대와 치유를 실천해오고 있는 단체다.

이들은 여성들이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동체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상징적 행위인 뜨개를 통한 작품과 영상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야외공간에 3m 높이의 거대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파견미술팀의 현장 실천적 작품이다. 파견미술팀은 현장에 스스로를 파견시켜 시각적 언어로 농성현장의 상징물을 만들어 상황을 알리거나 집단창작하고, 숨 막히는 현장을 아름답게 수놓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륭전자, 삼성반도체, 태안발전소 김용균 등 대형 설치물을 선보인다.

박보나의 미디어 작품 ‘1967-2015’는 영화 노동자 폴리아티스트 이충규 씨가 1967년 구봉광산 붕괴사고에서 매몰됐던 광부 김창선 씨의 구출과정을 6개의 작은 단위의 소리로 구현한 작품이다. 백보림, 성백, 오민수 작가의 영상 작품과 박경렬 작가의 3D 영상작품 ‘지금 다시, 전태일 정신’ 등 다채로운 미디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노동과 오월의 불꽃을 그린 박태규 작가의 ‘불꽃202411’, 울산 윤은숙·이루·김병학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생과 사의 유연’ 등 노동의 위기와 위험을 담은 다채로운 작품들이 전시된다.

김병택 광주민미협 대표는 “이번 전시작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나타난 민주·인권·평화와 관련한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노동의 현실에만 머물지 않고 노동존중 세상을 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