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수면제 탄 술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7)씨에 대한 재심 결과가 사건 발생 24년만, 재심 개시 9년만에 나온다.

15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김씨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을 연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2000년 3월7일 이른 오전 완도군 완도읍의 한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A(당시 52세)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부터다. 현장 주변에는 깨진 차량 방향 지시등 파편이 널브러져 있어 경찰은 뺑소니 사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검시 결과 시신에서 어떠한 외상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경찰은 수사 방향을 타살로 급선회했다. 그러던 중 자신을 피의자의 고모부라고 밝힌 신고자가 “조카가 아버지를 수면제 먹여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전했다. 때마침 나온 부검 결과 A씨의 시신에서는 다량의 수면제와 알코올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당시 23세의 김신혜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수면제를 양주에 타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 말하고 먹였고, 아버지인 A씨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해 죽였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수사 당국은 김씨가 A씨 명의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타낼 목적도 있었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그러나 김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는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의 말에 대신 감옥에 갈 생각으로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아버지의 성추행도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씨의 번복에도 불구하고 1·2심에 이은 대법원 상고심은 “김씨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김씨의 무죄 항변이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의 섭외로 김씨를 만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해당 사건이 다시 들춰졌다.

결국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김씨 사건을 재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확인됐다며 재심을 청구, 그해 말 1심 법원인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재심 개시가 결정됐고, 검찰이 계속 항고하면서 2018년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 사례였다./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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