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서 나주시로 본사를 이전한지 10년을 맞은 한국전력공사가 천문학적 재정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 모시기에 나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2개 지자체 공동의 혁신도시가 조성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전한 공기업 대표 주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16개 기관 7천500여명 중 30%에 가까운 2천여명이 근무하며 지역경제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조 239억원의 지역 재화와 서비스를 우선 구매하고 매년 인재 채용 우대제를 통해 1천541명을 선발했다. 나주시 세수는 2014년 440억원에서 올해 1천192억원으로 752억원 늘었다. ‘대한민국 에너지산업 수도’를 지향해 혁신도시 인근 4개 권역에 걸친 밸리를 조성, 337개 기업을 유치하고 3천600여명의 고용효과를 달성했다.

반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웠다. 한전의 연결 총부채만 202조 9천900억원(지난 6월 말 기준)에 달한다. 하루에 122억원씩 매 분기별로 1조원 이상, 작년 한 해만 4조 4천500억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최근 5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갔으나 국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돼 당분간 적자 해소가 당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입주 당시 지역민들은 빛가람이 대한민국 최고의 혁신도시이자 세계 속의 에너지밸리로 자리잡도록 앞장서기를 기원했다. 한전도 전력산업 116년 역사를 넘어 나주에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Smart Energy Creator, KEPCO’의 신비전을 선포,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극심한 재정난으로 퇴직하는 직원의 수만큼 신규 채용 인원을 못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낯부끄런 현실이다. 전기요금을 지속 인상해왔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 역마진 구조 해소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재무 구조 개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주로 옮겨온지 10주년이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생태계 혁신의 선구자’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에너지 신기술과 신사업이 주도할 대전환의 시대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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