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마냥 기뻐할 수가 없네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올 한 해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나흘째이자 2025년 첫 날인 1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오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맞이 대신 분향소를 찾은 이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국화를 들고 차례로 줄을 서 제단에 헌화한 뒤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자녀와 함께 온 한 부부는 제단 앞에서 기도했고, 이후 자녀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뒤이어 차례를 기다리던 네 살배기 아이가 “엄마, 여기 꽃이 많아요”라며 궁금한 듯 묻자 어머니는 “그만큼 많은 사람이 그리워하고 있는 거야”라고 얘기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광주 북구에서 가족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모(50대)씨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일 것이다. 뜻밖의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매번 사고가 난 뒤에야 답을 찾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하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온 정석호(33)씨는 “분향소가 설치되면 바로 오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새해 아침 일찍 희생자들을 추모하러 왔다”며 “올해는 모든 이들이 평탄하고 무탈하게 지내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추모객 중 일부는 국화 사이로 음료, 과자, 인형 등을 올려두고 묵념하기도 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조인철·양부남·민형배·이해식·김태선 국회의원들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이 대표는 방명록에 ‘이승의 번잡함 다 덜어내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적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추모객들은 더욱 늘어났고, 한때 300여명의 시민들이 20m가 넘는 긴 줄을 이루며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기준 5천여명의 시민이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기리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특별취재반=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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